‘성수 제화 거리’가 사라진다

발행 2020년 12월 25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성수동 수제화 거리
성수동 수제화 거리

 

 

부동산 투자 몰리며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구두 제조 업체들 뚝도 시장 인근으로 이전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성수동이 수제화 거리에서 카페 골목으로 변하고 있다. 


성수동은 1980년대 금호동, 명동, 충무로 일대의 재개발로 밀려난 수제화 업체들이 성수동으로 집결하면서 집적지로 발전했다. 명동 매장과 인접해 있고, 에스콰이아, 엘칸토 등 기성화 브랜드 공장이 있는 성남과도 멀지 않아 자생적으로 발달했다. 


지난 40여 년 간 신발 굽, 피혁, 내피, 창 등 구두 원부자재 업체부터 제조 공장, 브랜드 업체까지 구두 제조 클러스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제화 거리의 명성이 퇴색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동산 매입이 늘면서, 카페, 레스토랑, 체험 매장, 쇼룸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소상공인연구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구두 제조업체는 서울에만 543개사, 전체의 50.4%가 서울에 소재하고 있다. 그중 성수동에만 330개사가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된 이후 올해 폐업하거나 성수동을 떠난 업체가 50곳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우선 영세한 신발 원부자재 업체들부터 사라지고 있다. 원부자재 업체는 1층에 매장과 사업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상공인연구회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성수동 1층 매장 폐업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제화 자재 거리의 매장 및 공장의 약 30%가 사라졌다. 

 

 

 


신발 굽 업체인 한성, 효진, 장식업체인 쓰임, 땀스 등이 이곳을 떠났는데, 그 중 2개사는 건물 리모델링으로 어쩔 수 없이 매장을 뺀 경우다. 동성은 동두천으로 이전했고, 경동은 성수동에는 총판 매장만 두고 본사는 외곽으로 이전했다.


내피 업체는 작년부터 이탈하기 시작했다. 정현은 소매와 도매를 분리해 운영 중이고, 미주는 최근 이전했다. 부자재 업체 CMS도 건물주 이슈로 터전을 옮겼다. 오랫동안 성수동에 터를 잡고 있던 대양피혁상사도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매장을 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건물주들이 리뉴얼이나 신축 후 구두 부자재 업체와 공장에 재임대를 하지 않는다. 임대료도 종전 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트래픽이 높은 카페나 쇼룸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구두 제조사들로서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임대료와 오더 감소로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제화 공임 이슈로 세라 등 구두 업체들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굵직한 공장들도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수제화 인프라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 
구두 브랜드 매장도 마찬가지다. 성수역 앞 칠성제화도 최근 문을 닫았고 성동구청이 운영하는 성수 수제화 매장도 손님이 크게 줄었다. 대부분 브랜드 매장은 임대료 없이 관리비만 지급하는데도 1년 전부터 매출이 거의 없어 철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제화 공장 중 상당수는 뚝도섬 9길로 즉 뚝도시장(이마트 맞은편)과 영동대교 인근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뚝도시장을 중심으로 한 제화 거리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다. 최근 이전한 업체 중 50% 이상이 이곳으로 이전했는데, 성수동과 가까우면서도 임대료는 절반 이하로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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