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철] 역사의 기록은 ‘좌표’가 된다

발행 2021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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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2021년 야심작인 음악 프로젝트 ‘아카이브K’ 가 지난 1월 3일부터 시작되었다.

 

 

트렌드는 공급자가 만들어 내든, 소비자가 주도하든 항상 있는 것이다. 특히 패션 산업은 그 사이클이 빨라서, 트렌드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 


다른 산업들도 사이클이 다소 다를 뿐 변화하고 진화하는 데 있어 트렌드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방송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2~3년 간은 트로트 열풍이었다. 메가 트렌드였던 탓인지 공중파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그 심사를 경험 많은 발라드 가수가 하는 낯선 풍경까지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국내외 버스킹과 포크음악 경연 등 다시 팝과 발라드가 부각되고 있다.


필자는 패션과 유통 분야에서 주로 일해 왔지만, 음악이 너무 좋아 음악 업계에서 일한 시절이 있었다. 악기를 수입하고 음반을 만들고, 이제는 사라진 MP3플레이어 제조와 음악 전문 매거진도 만들었는데, 결국 성공하지는 못했다. 지금은 젊은 시절의 즐거웠던 경험으로 남았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업 정리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를 소실한 것이다. 그 자료는 우리나라 음반과 뮤지션에 대한 DB였다. 이는 해외 음악 정보 전문 기업이 음반과 뮤지션 DB를 바탕으로, 상호 영향성 분석을 한 것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었던 것이다.


지금은 음반과 음원을 판매하고 스트리밍하는 기업들이 각기의 방식대로 DB 검색 서비스를 잘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고 음악 활동 과정에서 어떻게 변해갔으며, 그 성향을 기준으로 어떻게 분류되는가를 고민했던 당시에 비하면 개인적인 아쉬움이 느껴진다.


취업 준비생을 대상으로 지자체와 기관이 협력해 진행한 패션 교육 과정에서 패션 시장의 규모와 역사, 마케팅과 상권조사 등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준비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패션 시장의 역사였다.


이유는 자료를 찾기가 너무도 어려웠다. 찾아볼 수 있는 모든 패션 정기 간행물을 검색하고 출간 서적 등을 뒤져 보았지만, 패션 시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진과 기록물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트렌드 분석이 주는 매력적인 운동성 때문에 책과 칼럼 그리고 강의에 대한 주제로 트렌드를 주로 선정해왔다. 


결국 트렌드는 역사라는 과정에서, 각각의 시기에 발생한 사건들의 연결선 상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상품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실무에서 많이 사용해온 연대기(Chronicle)를 글과 강의 과정에 많이 인용했다. 


수강자들이 가장 많이 공유를 요청했던 것도 ‘연대기’였다. 아쉬운 것은 ‘연대기’에 대한 해외 자료는 넘쳐 나는 반면 국내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일하고 있는 산업의 연대기를 알 수 있다면, 지금의 환경이 어느 좌표에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는 좀 더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SBS의 2021년 야심작인 음악 프로젝트 ‘아카이브K’ 가 지난 1월 3일부터 시작되었다. 공중파 방송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기획과 다수의 음악산업 전문가가 만나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은 일단 ‘수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BTS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나를 생각해 봄과 동시에 대한민국 음악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일 기회가 되리라 본다. 


대한민국 패션산업도 음악 못지않게 짧지 않은, 드라마틱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패션 산업에서도 2021년 새해를 맞아 ‘아카이브K패션’ 프로젝트를 벌여 보면 어떨까.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박병철 요진개발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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