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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파리에서 마주한 K텍스타일의 불안한 미래

발행 2024년 02월 22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프레미에르 비죵 파리(PV)'가 2월 7일부터 9일까지 프랑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개최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글로벌 소재 전시회 ‘프레미에르 비죵’의 취재를 다녀왔다. 기존 패션, 소재 전시회들이 줄줄이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을 의식한 듯 PV는 매우 긴장하며 전시회를 준비한 듯 했다.

 

중국, 인도, 터키 등 참가국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슈프림, 몽클레르 등 VIP 바이어 단을 별도로 꾸려, 융숭하게 대접하는 분위기다.

 

한국 기업 부스에도 프라다, 생로랑, 아르마니 등 명품 바이어들이 방문, 세일즈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불현듯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불안증을 유발하는 몇 가지 사안들이 피부로 느껴져서다.

 

우선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한 단계 아래, 심하다면 경쟁자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중국, 인도 업체들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현장의 중국 업체들은 스위치도 사진으로 읽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소재 개발 수준도 매우 높아져 있었다. 카피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고, 중고가 신소재 시장에서도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대만은 프리미엄 기능성 소재로 이미 입지를 굳혔고, 위협을 넘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만은 정부 주도로 ‘룰루레몬’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의 소재 공급을 모두 꿰찼다. ‘룰루레몬’과 어렵게 거래를 튼 국내 업체들은 기관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거래가 끊기고 대만 기업으로 넘어가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일본은 이미 ‘어나더 레이블’ 시장을 구축한 상태다. 정통 염료 방식의 데님부터 하이엔드 브랜드를 위한 팬시 소재, 미생물 기반의 폴리에스터까지 소위 프리미엄과 차세대 소재 시장을 선점한 듯 보였다.

 

이런 가운데서도 국내 소재 기업들은 신소재를 개발하고 거래처를 발굴해 왔지만, 이런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측면 지원 없이 그간의 노하우와 경험이 지속될 지가 우려된다.

 

실제 명품 브랜드 거래 선 하나를 잡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례로 명품 서플라이어는 현대판 카스트 제도와 유사해 처음에는 티셔츠 등 저가 아이템으로 시작하다, 몇 년 동안 상황을 본 후 트렌치코트 등 1,000달러 이상의 아이템을 발주한다고 했다. 이후로도 약 2년 이상의 테스트를 거쳐야 공식 서플라이어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의미다. 그나마 예성, 구주통상 등은 20~30년 동안 독자적인 소재를 개발해, 몽클레르, 지방시, 버버리 등의 거래선을 구축해왔다.

 

지금 당장 차별화된 레퍼런스를 당장 출시해야 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프리미엄 소재 예산을 지난해 절반으로 줄였고, 올해 추가 삭감했다.

 

협단체 역시 민관 협력으로 신소재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국산 하이테크 섬유 경쟁력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PIS 등의 국내 전시에 중국, 터키 등을 들이는 것도 문제다. 우선순위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이스포, PV 등 주요 소재나 완제품 전시회에 R&D를 수행하는 관계자들을 내보내 개발 현황을 파악할 필요도 있다.

 

신소재의 다양성도 절실하다. 현재 한국은 ‘플라스틱 패브릭 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화섬 소재 쏠림이 심하기 때문인데, 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라도 고부가가치 소재 등 다양한 레퍼런스 개발이 필요하다.

 

‘메이드 인 코리아’의 무방비, 무보호 정책도 문제다. 프랑스의 명품 산업이 유지되는 근간에는 제조 과정 중 적어도 한 과정이 프랑스를 거쳐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피니싱, 소위 조합(어셈블리)으로만 한국산을 표기하고 있다. 소재, 부자재, 제조 부문의 투자 의지가 상실될 수밖에 없다.

 

면방 등 소재 기업들이 공장 인프라나 사람에 대한 투자는 제쳐두고 부동산 사재기에 몰두해 자멸을 불러왔다는 비판도 물론 존재한다.

 

현장에서 만난 질 라스보스 PV 대표는 “텍스타일 산업은 곧 문화 산업”이라고 했다. 텍스타일은 패션의 시작이고, 패션은 문화의 줄기다. 시작이 흔들리면 미래는 없다.

 

박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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