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최근 투자자이자 사업가로 살아가고 있는 필자에게 상담이나 거래 문의를 해 오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이참에 같은 것 같지만 많이 다른 두 포지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화장품 인체 적용 시험 기관을 운영하다 보니 이제 막 창업한 회사부터 이미 중견기업 이상이 된 브랜드 또는 제조사 대표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초기에는 투자유치에 대해, 후기에는 매각 자문에 대한 요청을 받곤 한다. 가끔은 투자유치 후 투자자와의 마찰에 대해 하소연을 들어주고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일을 하는 사람이 사업가라면, 될만한 사업에 자본을 투자해 기대수익을 높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 투자자이다. 

사업가는 아이템을 찾아 응원을 받으며 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크게 성장하는 경우는 응원보다는 부정적인 주변 의견을 이겨내고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는 경우가 더 많다. 투자자는 창업 초기에 투자하는 엔젤 투자 이외에는 어느 정도 방향성과 비전이 그려지는 수많은 후보 중 한 곳을 골라 자본을 투자한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운영처럼, 수익이 좋은 몇 곳이 수십 개 실패 기업을 커버해주고 그 이상의 이익을 내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근본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사업을 시작한 후 투자하면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잘되고 있는 타 회사의 대표 또는 경영전략, 아이템 등과 비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잘되는 기업을 기준으로 보면 투자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어떤 회사도 하염없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안되는 이유를 찾으면 항상 수십 가지이다. 하지만 잘 될 이유 한두가지를 밀고 나가 성공시키는 것이 사업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경험치가 적을수록 굉장히 적은 피투자 기업 모습에서 얻은 성공과 실패사례를 가지고 또 다른 피투자기업들에게 사업에 대한 조언을 하거나 또는 강요를 하기도 한다. 

투자자는 기업이 잘돼야 돈을 벌지만 투자한 만큼만 손실을 보면 되는 유한책임자다. 반면 사업가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성공시켜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투자한 돈 외에도 법인의 채무, 급여 등 무한 책임을 진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는 사업가가 도움을 요청하는 선에서 지원하거나 네트워크 연결을 돕는 정도의 거리를 지키는 것이 적절한 스탠스다.

더욱이 수천억 단위의 딜에서는 이미 피투자기업도 산업 내에서 자리를 잡고 성장중인 경우가 많고, 투자자 입장에서도 큰 금액의 투자가 이루어졌으니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기업의 초기투자와는 달리 이미 성장의 관성을 받은 단계에 있기에 투자자가 보기엔 부족한 몇 가지만 추가 또는 수정하면 더 크게 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서투른 경영자가 잘못 건드리는 순간 그 성장의 속도가 꺾이거나 완전히 무너질 수도 있기에 더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산업 내에 투자자와 사업가 두 가지 경험이 풍부한 투자자가 없다 보니 서투른 경영 참여로 분쟁만 일으키고 일은 잘 안되는 경우가 너무 빈번한 것 같다.

한때 중국 붐으로 매출이 크게 올랐던 소비재들의 실적이 급락하는 것은 외부 변수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투자를 받거나 인수된 기업들은 외부 변수보다는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투자자의 관여로 기회비용 손실과 자본배치의 실패를 경험하며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필자의 경험상 더 절실한 쪽은 당연히 사업가다. 그러니, 투자가는 사업가가 설정한 방향성을 믿고 지원을 해주면 충분하다.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존중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