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요즘 “소비자들이 스마트해지고 있다 느꼈는데, 이에 더해 개념 있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마케터들이 많다.

유통 플랫폼이 확대되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동등해지면서, 제조 과정부터 가격, 유통까지 소비자가 디테일한 정보를 얻고, 그것을 이해하며 소비하게 되면서 이런 현상은 이미 예견되어 왔다.

특히 MZ 세대부터 알파 세대까지 새로운 세대가 소비의 중심축을 이루면서 이제는 진정성과 개념 철학이 없으면 그야말로 외면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많이 언급되는 트렌드 신조어를 조금 들여다보자.

나를 위해 소비하는 ‘미코노미(ME 나 + Economy 경제의 합성어)’ 가 다시 새롭게 부상하는가 하면, 단순히 나를 위한 소비가 아닌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을 ‘나를 위한 소비’를 통해 표현하는 ‘미닝 아웃(Meaning 의미 + Coming out 표현의 합성어)’까지 확장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실 ‘미코노미’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 지는 이미 몇 년은 되었다. 하지만, 처음 나올 당시 ‘나를 위한 소비’라는 관점과 과소비가 섞여 남에게 과시하면서 보여주는 외적인 관점이 강조됐었다.

그런데 고물가에 고금리 그리고 장기 불황이 겹치며, 나를 위한 소비가 단순히 보여주는 과소비가 아닌,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하는 내 만족의 관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미코노미’가 ‘과시용’에서 ‘내 만족’의 관점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만한 것은 ‘내 만족’의 관점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소비를 통해 나를 개념 있게 드러내는 소비 신념과 가치 부여로 발전하며 ‘미닝아웃’이라는 소비 트렌드를 새롭게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과소비가 아닌 합리적인 소비를 바탕으로 친환경, 재활용, 동물 복지, 비건, 지속 가능 같이 개인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혹은 시대적 감수성과 결합한 것인데, 이는 행동주의 소비라는 개념으로 연결된다.

선행을 베푼 가게나 매장을 일부러 찾아가 구매하고 홍보를 돕는 개념의 일명 ‘돈쭐내기’ 등이 그 사례로, 소비하는 행위가 일종의 사회 운동의 성격을 획득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환경오염, 갑질, 성평등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이전에는 기업 간의 분쟁 거리였던 디자인 카피에 대해 소비자들이 직접 문제 제기를 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패션 비즈니즈에서 중고, 리셀, 리사이클, 업사이클이라는 단어가 쉽게 회자되고, 천연 가죽보다 비건 가죽이 더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제 제안된 상품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에 머무르기를 거부한다. 자신의 소비 행위 자체에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그것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

몇몇 명품 브랜드가 천연 모피나 가죽의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의 백화점을 비롯해 한국의 백화점까지 리셀, 중고 판매 매장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상황을 보면 ‘미코노미’, ‘미닝아웃’은 이제 새로운 의미의 소비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 잡아가는 듯하다.

향후 패션 비즈니스의 ‘미코노미’를 통한 ‘미닝 아웃’은 소비의 개인화를 통해 더 널리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사회적 이슈에 적극 동참하는 기업과 브랜드들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 행위를 자아실현의 수단 중 하나로 격상시켜버린 개념 소비자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가치 철학에 대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정두영 수원여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