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8년 04월 1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월요마당 - 장창식 대진대학교 교수
레드오션시장에서 성공하는 브랜드
99년 “잘 자~ 내 꿈꿔”라는 유행어로 전 국민을 가슴 설레게 한 광고가 있었다. 조성모, 이정현이 나온 KTF의 n016 TV 광고였다. 누구나 잠들기 전에 하는 마지막 멘트가 될 만큼 광고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고객의 신규가입이나 번호이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광고 소품 중의 하나였던 곰돌이 인형만 날개 돋친 듯이 팔리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기막힌(?) 현상이 연출되었다. 그 이듬해엔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캠페인으로 온 나라가 또 한 번 들썩였고, 선영이가 누군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공중파 9시 뉴스에까지 소개될 정도로 이슈화에 성공하였다. 하지만 이 또한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 메시지만 남기고 정작 알려야 하는 닷컴회사(miclub.com)는 알리지 못한 채 쓸쓸히 사라지고 말았다.
위의 두 가지 광고는 모두 이슈화하고 관심을 끄는 데는 탁월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결과적으로 마케팅에는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문제의 요지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 주인공(팔고자 하는 상품)의 가치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데 이를 간과한데 실패의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은 광고로 늘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배달의 민족 CAO (Chief Advisory Officer) 신병철 박사는 <논백 경쟁 전략>이라는 저서에서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브랜드들을 제시한다. 그 첫 번째가 에스티유니타스의 수강료 환급제인데 40강으로 구성된 강의를 수강생이 끝까지 들으면 수강료를 100% 돌려주는 방식이다. 수강생과 부모님 입장에서는 강의를 모두 들으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수강료도 돌려받으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한 회사는 인터넷 강의를 끝까지 듣는 것이 확률상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므로 손해 보는 일 없이 수강생들을 더 많이 등록시키는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쟁이 뜨거운 레드오션 중 하나인 치킨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다. 대한민국 치킨집은 65만 개에 이를 정도로 더 치킨 브랜드가 발붙일 곳이 없다고 생각할 때 60계 치킨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매일 깨끗한 새 기름으로 하루에 딱 60마리의 닭만 튀겨서 판매한다는 슬로건과 함께 한 마리 팔릴 때마다 숫자가 줄어드는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며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마케팅을 도입했다. 2016년 1호점을 오픈한 이래 1년 만에 매장 수가 70개 이상으로 늘었고 현재까지 오픈 대기 중인 매장만도 수백 개에 이른다. 두 브랜드의 공통점은 더 파고들 틈이 없을 것 같던 욕망 가득한 레드오션 시장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여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들이 난무하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소비자들이 필요를 느끼도록 새로운 스토리와 가치를 만들어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KTF와 닷컴 광고처럼 이야기만 무성하고 브랜드 가치와 연결시키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똑같은 닭을 팔아도 60마리만 만들어 판다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수많은 인터넷 강의 시장에 손해일 것 같아 보이는 수강료 환급제를 제안하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언제나 식상한 이야기가 아닌 남들과 다른 그 브랜드만의 가치와 스토리를 듣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