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김동억의 마켓 인사이드
멈추기 그리고 넓게 보기

발행 2016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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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동억의 마켓 인사이드 <11>

멈추기 그리고 넓게 보기



오늘의 내가 가진 지식도, 경력도, 그리고 시각과 직관마저도 어느 것 하나 영원한 정답이 되어주진 못한다. 늘 깨어있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린다.




스포츠 문화와 산업을 몸으로 더 느껴보기 위해 작년에 산 러닝화를 올 초 다시 꺼내 신었다.
러닝을 하다 보니 점점 재미가 생기고 몸매관리에서 오는 자기만족과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달리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생각정리를 통한 정신적 홀가분함은 덤이다.
스포츠 전용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어느 만큼의 페이스로 달렸는지에 대해 소리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1km당 몇 분 몇 초입니다.’하는 식이다.
오늘 컨디션이 좋은지 나쁜지, 느려지는지 빨라지는지에 대해 약 5분마다 체크가 가능하니 일정한 페이스로 달리는데 도움이 된다.
1km를 뛸 때마다 들리는 그 숫자가 달콤한 열매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누적 평균 페이스의 숫자를 유지하기 위해 혹은 오늘의 km당 평균페이스 숫자를 향상시키기 위해 신경을 쓰기 시작한다. 누가 보는 숫자가 아닌데도 말이다.
며칠 전 일이다. 뛰다 갑자기 무선 이어폰의 배터리가 방전되어 꺼져버렸다. 음악도, km당 페이스 알림 기능도 꺼졌다.
그러자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잠시 뛰는 것을 중단하고 쉬었다. 숨을 고르며 주위를 보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도 푸르고 구름도 높고 시원한 바람내음이 느껴지는 가을 하늘이었다. 오감으로 한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렸다.
IT 기능이 끊기고 숫자에서 해방되자 운동조차 사무실의 프로젝트처럼 해왔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누가 보지 않고 평가하는 것이 아님에도 습관처럼 기록에 목숨을 걸고 묶여있었다.
운동을 하고자 마음먹은 최초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몸을 움직이면서 얻어지는 희열은 직접 해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다. 머리가 복잡할 때 그것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스포츠는 인간이 창조해 낸 적극적인 행위 중 가장 본질적이고 인간적인 동시에 정직하다.
스포츠 브랜드의 시작을 보면 내가 필요한 신발과 옷을 직접 만들고자 한 경우가 많다. 실력과 시대가 맞으면 고작 옷 한 벌이 비즈니스가 되고 숫자가 되고 어느새 엔진이 된다.
운동의 희열을 아는 사람이 그 열정의 연장선에서 만들어낸 스포츠 상품은 그 자체로 헤리티지를 갖는다. 본질의 힘이 제품 속에 깃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사업’으로 커지게 되면 숫자가 지배하고 최초의 생각은 사라진다. 매일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뭔가 부족하다면 잠시 쉬고 넓게 볼 일이다. 어차피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한다. 과거의 지식도, 경력도, 그리고 현재도 한번쯤은 다 내려놓고 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업무에 지치거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쓰는 방법이 하나 있다.
스마트폰도 엑셀도 잊은 채, 이 시장에서 어떤 내음이 나는지, 다른 산업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접근하는지, 해외에서는 요즘 어떤 것들이 유행하는지를 찾아보는 일이다.
내 업무와 최대한 연관이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눈앞의 업무에 의해 마비된 감각들이 깨어나고, 넓은 시야가 들어온다. 가끔은 이 방법이 리프레쉬를 돕는다.
일상의 틀에서 몸과 생각이 벗어나지 못하면‘다른’것을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내가 생각하는 디자인과 기획과 영업과 마케팅은 남들도 다 아는 수준이 되고 결국 도돌이표에 머물게 된다.
오늘의 내가 가진 지식도, 경력도, 그리고 시각과 직관마저도 어느 것 하나 영원한 정답이 되어주진 못한다. 늘 깨어있기 위해 나는 오늘도 달린다.

/‘다이나핏’마케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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