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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패션, 메타버스를 만나다

발행 2021년 05월 27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스페이셜(Spatial) / 출처=STEAM

 

패션의 세계관이 변하고 있다

 

인간은 항상 진부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공간을 창조해왔다. 역사적으로 서양 중세의 각종 수도원과 사원, 동양의 암자가 그 예다. 그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바람과 삶의 기대를 되짚으며 ‘자기가 되는 연습’을 해왔다. 자기가 되는 연습을 할 때 중요한 도구가 미디어다. 미디어는 우리의 인격을 비춰볼 수 있는 수천 개의 면을 가진 거울이다.

 

요즘 메타버스란 개념이 뜨고 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만든 융합된 세계’를 뜻한다. 초월이라는 의미의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를 합성한 메타버스 개념은 생활형 가상세계다.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하게 되는 가상세계이다. 이 메타버스는 코로나 19의 확대 및 5G 가상현실 등 IT 기술의 발전을 계기로 차세대 인터넷 미디어로 급부상 중이다.

 

2021년 페이스북은 스페이셜(Spatial)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스페이셜은 미국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이자 가상현실 애플리케이션의 이름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신의 사진 한 장만 보내어 3차원의 아바타를 생성하고 이후엔 컴퓨터를 통해 회의를 개설하고 참여할 수 있다. 재택근무에서 요구된 의사소통은 물론, 작업을 공유하며 다양한 인원과 함께 협업을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애플리케이션을 써본 이들은 기존의 메신저나 화상회의에선 전달할 수 없던 제스처나 행동까지 반영이 되기에 화상회의를 넘어선 실제적인 대면회의를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앞으로 이 기업은 회의 참여자들의 아바타를 설계하는 일에까지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온라인 프로필과 아바타를 디자인하는 일은 사용자의 정체성을 발현하는 일이다. 이는 패션산업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자 지금껏 해온 일이다.

 

 

출처=The Fabricant

 

패션계여! 메타버스에 올라타라

 

최근 필자의 눈에 들어온 회사가 하나 있다. 암스텔담에 본사를 둔 디지털 의상 제조업체 더 패브리컨트(The Fabricant)이다. 이곳은 기존 패션계의 틀로 보면 오트쿠튀르 급의 옷을 만드는 ‘하우스’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일상에서 입는 실제 의상이 아닌 온라인 세계에서만 입을 수 있는 디지털 의상을 만든다. 최근에는 무려 9500불짜리 디지털 의상을 만들어 팔기도 했다.

 

디지털 의상은 기존 패션의 패권을 일시에 허무는 파괴적인 힘을 가졌다. 일명 게임 체인저다. 디지털 세계에서만 표상되는 옷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고, 생산과정에서 노동착취,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해 온 패션산업을 향한 비난에서 자유롭다. 디지털 의상은 온라인 게임에 빠져본 이들에겐 너무나 익숙한 세계였다. 다중의 사용자가 온라인에서 자신의 역할을 플레이하며 각자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RPG 게임은 캐릭터의 성장과 직업을 통한 역할수행을 기반으로 가상 세계에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패션은 게임 산업과 손을 잡고 게임의 서사 속에서 성장하고 변모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의상을 디지털로 만들어 제공해왔다. 인간은 역사적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가상의 정체성 사이에서 생산적인 긴장감이 흐르는 삶을 희망하는 존재였다. 이는 자신의 캐릭터 특성을 강화하거나 혹은 가상의 공간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패션은 정체성을 조형하는 최고의 도약대다.

 

게임 세계는 우리의 현실과 매우 면밀하게 접속하며 다양한 무대를 가진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중이다. 물리적 세계는 점점 몰입도를 가진 가상 세계로 대체될 것이며, 그 속에서의 만남, 교제, 서로의 개성을 공유하는 일은 더욱 중요성을 띠게 될 것이다. 문화 인류학자 딕 햅디지는 자신의 책 <스타일 Style>에서 ‘스타일이란 의도성을 가진 의사소통 체계’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패션은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온 메타버스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나를 창조하는 의도적 의사소통의 방식이다. 디지털 패션이 부상한다. 늦지 않게 이 변화의 버스에 올라타야 한다.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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