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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이재경 변호사의 법대로 톡톡 <5>
패션 상표권 분쟁, 법보다 상식으로 해결하자

발행 2019년 07월 1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특별기고 - 이재경 변호사의 법대로 톡톡 <5>

 

패션 상표권 분쟁, 법보다 상식으로 해결하자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 사회적 효용을 상호 인정하는 배려의 자세만 있다면, 상표권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양반의 축첩이 허용되던 조선시대, 양반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식들은 어머니의 신분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양반이어도 어머니가 노비이면 그 사이에 태어난 자녀는 노비로 살아야했다.


양반 남성의 욕망과 권력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 아래서 ‘서자’들의 운명은 모질고도 모질었다. 허균의 소설 ‘홍길동’에 나오는 그 유명한 문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는 그 시대 서자들의 고통을 표현한다.


최근 아이돌의 원조 H.O.T가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다. 문희준, 강타, 토니 등은 재결합 콘서트에서 ‘High five of Teenagers’라는 풀 네임만 사용해야 했고, ‘H.O.T’라는 약칭 팀명은 사용할 수 없었다. ‘H.O.T’라는 상표-서비스표권을 SM 엔터테인먼트 당시 대표인 김 모 씨가 96년 출원 후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H.O.T’라는 이름을 사용하려면 상표권자인 김 씨의 허락, 즉 사용료 지급이 필요했는데, 양 측은 가격 합의에 실패하고 상표권 사용금지 가처분 등 각종 소송이 난무하고 있다. 과거 한솥밥을 먹으며 SM 제국을 건설했던 식구들끼리 너무도 볼썽사나운 꼴이 아닐 수 없다. 시대를 풍미했던 신화, 티아라 등도 비슷한 이름 분쟁을 겪었다.


오래전부터 패션업계에서도 상표권 분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벌어진 이마트와 노브랜드의 상표권 분쟁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자 홍길동의 불명예가 브랜드가 젖줄인 패션산업에서 더 커지고 있다.


특허심판원은 2017년 의류업체 ‘노브랜드’가 유통업체 이마트를 상대로 낸 상표등록무효심판청구에서 “청구취지에 기재된 상품과 선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은 상품류 구분 제 25류에서 정한 ‘스포츠의류, 겉옷, 속옷, 셔츠 등’에 관한 상품으로서 용도, 생산, 판매부문이 공통되며 수요자의 범위도 겹치게 된다”며 “양 상표의 지정 상품은 동일 또는 유사하다”고 판시하여 노브랜드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이마트가 보유했던 ‘노브랜드’의 패션 상표권은 등록 무효가 됐다. 이마트는 2017년 특허심판원의 결정으로 패션산업의 방향을 틀어야 했다. 더 이상 노브랜드 명칭을 단 의류 상품은 출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데이즈 등 새로운 브랜드를 육성하는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으나, 브랜드를 쌓아올리는 일은 쉽지 않다. 적어도 노브랜드와의 상표권 분쟁은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전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사실상 본격적인 상표권 전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인 노브랜드는 중소 자영업자들의 반대로 가맹점 확장에 제동이 걸린 와중에, 2017년에 이어 올 초 이마트를 상대로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을 두 번째로 제기했다.


당시 소송대상에서 제외된 상표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마트는 노브랜드가 패션산업에서 실제로 상표권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논거로 들고 있다.


도메인 남용행위인 사이버 스쿼팅에 대한 규제와 같은 조항이 없는 이상, 현행 법률의 잣대에서는 실제 상표권을 사용하거나 사용해야 하는 당사자라 하더라도 이마트와 같이 상표권 등록을 놓쳐버린 당사자가 불리하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용도 하지 않으면서 권리를 통해 간접적인 피해를 일으키는 상황은 사회경제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야기시킨다.


현재로서는 결국 양 측이 한 걸음 물러나 원만히 분쟁을 해결한다면, 패션업계에 좋은 예로 남게 될 것이다.


굳이 법정으로까지 가서 권리남용과 상표권 활용 공백 여부를 가려야 할까.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 사회적 효용을 상호 인정하는 배려의 자세만 있다면, 상표권의 진정한 가치와 역할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첨단을 달리는 패션산업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던 조선시대로 돌아가서는 아니 될 일이다. 

 

/한국패션산업협회 법률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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