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20년 0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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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민 변호사 |
현장에서 표준계약서 보급은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시작부터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 계약을 체결할 때도 그 불균형은 계속된다. 그 계약 안에도 불균형이 담기게 되고 결국 이것은 ‘갑질’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많은 패션, 의류 업계 대리점주들은 본사의 일명 ‘갑질’ 행위가 오랜 관행처럼 여겨져 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갑질’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겠지만, 힘의 불균형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불공정 관행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본다면 일리 있는 지적으로 들린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지난해 12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었다. 이는 본사와 대리점 간 거래에 있어 공정한 질서를 확립하고자 만들어졌다. 그러나 법률 시행 이후 실제 현장의 상황이 달라졌는지를 보면, 아직까지는 큰 변화는 없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공정위는 대리점법의 실효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올 해 안으로 마련하고, 패션, 의류업계에서의 표준계약서도 조속히 마련해 보급할 예정이다.
현장에서 표준계약서 보급은 실제로 매우 중요하다. 시작부터 힘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경우, 계약을 체결할 때도 그 불균형은 계속된다. 그 계약 안에도 불균형이 담기게 되고 결국 이것은 ‘갑질’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표준계약서가 존재하고 널리 보급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일례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도 소속사와 아티스트 간 힘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균형은 표준계약서 보급으로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이렇게 업계 전반에 표준계약서 사용이 현실화되려면 시간은 좀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까지 발 벗고 나서 표준계약서 사용을 독려한다면 그 시간은 크게 단축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한 기업이 사업 철수를 하면서 대리점주에게 일정 기간을 주고 기간 내 매장 운영을 종료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주지 않겠다고 몰아세웠던 일이 있었다. 사실 생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대리점 입장에서는 마음대로 문을 닫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대리점주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본사의 제안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계약서 자체도 허술했을 뿐만 아니라 대리점 입장에서는 이렇다 할 계약서 표본도 없어 본사가 마련해 놓은 계약서에 사인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불공정한 사례들 역시 표준계약서가 보급되면 그 발생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패션업계 역시 이러한 공정위의 행보를 반기는 눈치다. 패션업계는 공정위가 표준계약서 등을 마련하면 이에 맞춰 대리점주와 상생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든 것이 관행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그 익숙한 관행을 없애려면 당연히 노력이 들겠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충분히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볼 만한 듯하다.
또 실제 그렇게 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공정위의 실태 조사 역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