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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식] 정체성을 파는 기업

발행 2022년 12월 1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월요마당

 

사진=쌤앤파커스

 

아침 이른 시각부터 이미 구름떼같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픈 시간이 되자 사람들이 물밀듯 몰려들어 왔고 매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이 고객들로 가득 찼다. 너무 많은 고객들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에스컬레이터 과부하로 연기가 피어올랐고 놀란 고객들이 계산도 하지 않은 상품을 들고 매장을 뛰쳐나가며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국내 최초 백화점식 아울렛이라는 개념의 할인점 시대를 연 이 기업은 서울 전역에 연달아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였고, 그때마다 지역의 상권은 요동쳤다. 점차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실상부한 대표 할인 아울렛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후 신생 유통 후발 주자임에도 기존 대형 유통기업들을 인수하는 진풍경을 이어갔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글로벌 기업이 운영하며 적자를 면치 못하던 매장들도 이 기업이 인수하여 운영을 하면 다시 살아난다는 것이었다.

 

당시 이 기업의 광고팀에서 근무할 때 기업 오너에게 늘 듣던 기업 스피릿이 있었다. ‘기업은 고객을 위해 운영되어야 하며, 서민들도 백화점과 같은 좋은 시설에서 좋은 물건을 싼값에 사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기업은 이윤을 내되 고객이 지불한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기쁨을 안겨주어야 한다.’ 그 스피릿은 새로운 매장 오픈을 위해 밤을 새며 근무하여도 피곤함을 잊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최근 출간하자마자 단숨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다이소그룹 박정부 회장의 <천 원을 경영하라>에는 천 원짜리 지폐와 다이소 상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 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다이소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다이소의 가치라고 쓰여있다. 고객의 입에서 “이게 어떻게 천 원이지?” 하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올 때 비로소 다이소 기업의 가치는 실현된다고 하였다. 비용은 가격보다 높을 수 없고, 가치는 가격보다 반드시 높아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45세의 늦은 나이에 창업해 1,000원으로 3조를 경영하는 놀라운 신화를 만들어 냈다. 그는 다이소의 경영이념이 ‘놀라운 가치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임을 직원들에게 늘 인식시키며 직원들이 이를 위해 일한다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다른 커피숍과의 차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가격과 맛에 앞서 분위기에 승부를 걸었다. 유럽풍 카페를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색다른 커피숍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대부분의 커피전문점이 크기 단위로 스몰, 레귤러, 라지를 사용했지만 그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문화를 반영한 색다른 음료 사이즈 이름을 짓고 싶어 했고, 쇼트, 톨, 그란데, 벤티라는 이탈리아어 단위를 고집했다. 고객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우리 고객은 커피가 아닌 영감을 원한다’라고 규정하고 이 점을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우리는 고객의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만들었으며, 스타벅스는 커피전문점을 넘어 전 세계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성공하는 기업은 제품만 팔지 않으며 기업의 정체성을 같이 판다. 또 그 정체성을 깊이 공감하고 이를 위해 헌신하는 직원들이 함께 할 때 진정한 성공을 이룰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우리 기업은 고객의 삶에 어떤 부분을 해결해 주기 위해 존재하는지, 또 우리 직원들은 이를 인식하고 공감하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면 좋겠다.

 

장창식 대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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