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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브랜드의 품격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완성된다

발행 2023년 03월 28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사진=어패럴뉴스

 

국내 원단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원단을 개발하고 글로벌 무대에서 수상을 하기도 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퀄리티를 더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위상도 과거와 달라져 유럽, 미주 주요 바이어들의 관심이 더 커지고 천연소재뿐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 생산된 단가 높은 재생 원단 오더도 계속 증가세다.

 

그런데 국내 수요 변화에 대해 물으니 대부분이 “내수 전개사들에게는 보여줄 생각도 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유는 가격을 우선으로 두기 때문이다.

 

특히 안감은 더 심해서 내수 프리미엄 수요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다고 했다. 겉감처럼 한눈에 드러나지 않다 보니 고가 브랜드까지도 저렴한 것을 찾는다는 것이다.

 

원단업체 한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의 퀄리티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것이 바로 안감이다. 매장에 가서 상품라벨을 들춰보면 알 것”이라며, “해외에서는 40~50불짜리 옷에 들어가는 폴리에스터를 국내는 70~100만 원대 옷에 쓰면서 원단가격을 더 깎아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비슷한 가격대의 국내 제품과 해외 제품 몇 벌을 들여다보니 수입은 면, 실크 등 천연섬유 100%나 리사이클 소재를 찾기 어렵지 않은 반면 국내는 폴리에스터 100%가 많았고 아니면 레이온 100%였다.

 

우리 몸에 닿는 것은 안감이라 그 차이는 입어보면 더 크다. 좋은 안감은 땀이 차도 몸이 들어갔다 나오는데 걸리는 게 거의 없지만, 폴리에스터는 땀이 차면 기능성이 아무리 좋아도 걸린다. 특히 팔은 벗을 때 안이 밖으로 뒤집혀 나오기 십상이다.

 

우리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90년대 초반까지는 겉감이나 안감이나 좋은 소재를 많이 썼지만 IMF를 기점으로 마진을 더 남기기 위한 구조로 바뀌며 안감은 곧 폴리에스터가 됐고, 상황이 나아진 이후에도 바뀌지 않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겉감이 어떤 소재인지는 신경 쓰지만 안감까지 주의 깊게 살피지 못한다. 좋은 옷과 그렇지 않은 옷으로 구분하는데 안감이 중요한 요소라는 걸 패션전문지 기자조차도 최근에야 깊게 들여다봤으니 퀄리티를 다시 끌어올리는데 소홀했을 만도 하다.

 

안감 기업들은 그때도 지금도 더 싸게 공급을 원하는 내수 브랜드들에 맞춰 움직이고 새로운 제안은 엄두도 내지 않는다고 했다. IMF 이후 일을 시작한 상품개발인력들은 몰라서도 더 나은 소재를 적용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의 부재, 비대칭이 계속되며 보여주지 않고 안 쓰는 반복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패션은 지금 글로벌 마켓에서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의 핵심으로 떠오를만큼 달라진 판 위에 서 있다. 좋은 안감에 대한 경험이 많은 해외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서려면 안감뿐 아니라 보이지 않은 곳의 품격, 완성도 있는 마감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K패션은 스트리트캐주얼, 중가라고 떠올리는 해외에서의 인식을 넘어, 고가 시장까지 뻗어 나갈 수 있다.

 

 

조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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