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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혼란하다 혼란해’, 백화점의 상품 분류 체계

발행 2023년 03월 28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마뗑킴 현대백화점 판교점

 

여의도 고등학교 1학년 9반 김재환. 고등학교 입학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반 배정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땐 몰랐지만 9반으로 분류된 것이 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같은 반에서 만난 친구와 지금까지 절친으로 지내고 있으며, 1학년 중 유일하게 9반 수업만 하셨던 멋진 국사 선생님의 영향으로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백화점도 학교가 반 배정을 하는 것처럼 브랜드를 배정하는데, 이것을 상품분류 체계라고 부른다. 단지 1반, 2반, 3반 대신 명품, 화장품, 여성복 등의 상품군 이름으로 분류할 뿐이다. 목적은 상품 공급자, 운영자, 소비자 모두에게 편리성을 주기 위한 것인데, 오히려 이해관계자 모두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이유는 객관적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마치 학교의 반 이름을 세련된 반, 차분한 반, 운동 잘하는 반으로 나눠 학생들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러한 혼란이 가장 많은 상품군은 여성복이다.

 

어제 방문한 유명 백화점은 여성복을 ‘2층 컨템포러리, 영캐릭터 / 3층 구두, 핸드백, 여성패션 / 4층 진&이지 캐주얼, 스트리트 캐주얼, 영캐주얼’로 분류했다.

 

‘컨템포러리’는 2000년대 초반 바니스 뉴욕에서 처음 사용한 '동시대, 현재의'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단어다. 세븐진, 트루릴리전 등의 프리미엄 데님과 바네사 부루노, 띠어리 같은 트렌디하며 가격대가 명품보다 조금 낮은 브랜드가 이에 속했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영캐릭터’는 ‘컨템포러리’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주로 국내 브랜드나 라이선스 브랜드를 지칭한다.(사실 정확히 생산국으로 나눈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주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3층의 ‘여성 패션’은 국내 구두, 핸드백 전문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과 어울리는 전통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구성되어 있었다.

 

백화점은 나름의 방식으로 2~3층 여성복 브랜드를 나누었다. 하지만, 4층의 진&이지, 스트리트, 영캐주얼은 어떤 기준으로 나눈 것인지 모르겠다. 상품분류는 매출분석, 층별 구성, 고객 안내 등 백화점을 운영하는데 근간이 되는 것이지만, 최근 들어 정확하게 분류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마뗑킴’, ‘아더에러’, ‘슈프림’과 같이 트렌드를 이끄는 대세 브랜드일수록, 기존 백화점의 분류체계에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마뗑킴’은 브랜드의 캐릭터가 명확하면서 동시에 컨템포러리한 브랜드이다. 아울러 어떤 브랜드보다 젊고, 스트리트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캐주얼 브랜드이다. 다행히 어제 방문한 백화점에는 마뗑킴이 없었지만, 입점한다면 위치가 2층 컨템포러리냐, 영캐릭터냐, 4층 영캐주얼이냐, 스트리트 캐주얼이냐를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등학교 입학 후 가장 먼저 하는 것이 반 배정인 것처럼 백화점은 브랜드를 유치할 때 우선 상품군을 분류하고, 그에 맞춰 자연스럽게 매장이 위치할 층과 주변 브랜드를 결정한다.

 

하지만, 백화점이 지금과 같이 애매한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다면, 신규 입점하는 브랜드의 매장은 고객들의 예상과 전혀 다른 층에 어울리지 않는 브랜드와 함께 구성되어 혼란을 줄 것이다. 여의도 고등학교 1학년 차분한 반 김재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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