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배너 이미지

[최낙삼] 백화점의 중고 판매는 옳은 방향인가

발행 2022년 11월 28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현대 판교점 유플렉스

 

백화점의 중고 제품 판매가 한창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쁘렝땅 백화점은 약 650여 평 규모로 중고 명품 전용 공간 ‘세컨 쁘렝땅’을 오픈했고, 미국 삭스피프스애비뉴는 중고 명품 시계와 주얼리 위탁 판매 매장을, 니만마커스는 중고 명품 가방과 신발을 매입하기 위한 셀링 스튜디오를 10여 개 점포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영국의 셀프리지 백화점도 명품 중고 위탁·판매 매장을 신설하고, 향후 10년 내 전체 거래의 45%를 중고거래에서 창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ESG 경영이 대두되고, 소유가 아닌 경험을 선호하는 MZ세대들이 소비시장의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으면서 우리나라도 당근마켓을 비롯한 중고시장과 리셀 시장이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백화점에도 중고 명품과 패션 상품들이 들어서고 있다.

 

국내 백화점 중 이 부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 신촌점은 MZ세대 전문관 유플렉스에 244평 규모의 세컨핸드(Second Hand) 전문관 ‘세컨드 부티크(Second Boutique)’를 오픈했다.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방문 고객 중 2030 고객이 90% 이상이었고, 20대 고객은 10만 원 이하의 의류 상품을, 30~40대 고객들은 명품과 중고 시계를 구매했다고 한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미아점 1층에 매우 이례적으로 중고 명품 전문 매장 ‘럭스 어게인’도 오픈했다.

 

백화점에서 중고를 구매를 하는 고객들은 “누군가에게는 버려질 옷이었지만 나에게는 새로운 상품이라 신선하고 환경 문제 개선에도 동참할 수 있어 좋다”는 의견부터 “백화점에 들어와 있는 세컨핸드 제품이라 옷의 상태나 관리에 신뢰가 간다”, “하나밖에 없는 희소성 있는 제품이라 만족스럽다” 등의 의견을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나고,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있으니 백화점에서 중고제품을 파는 일은 괜찮은 것일까.

 

1980년대와 90년대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던 백화점이 어려움에 빠졌던 시기가 떠올랐다. 전통시장이 소매시장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던 시절, 전문화된 고급 제품을 판매하던 유통 채널이 없었던 우리나라에서 백화점은 중저가를 상징하는 전통시장을 상대하며 1996년 유통시장 완전 개방 전까지 ‘고급 제품을 판매하는 곳’을 상징했다. 소비자들이 상품의 품질을 브랜드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지 여부로 결정하던 시절, 백화점에 입점된, 설사 잘 모르는 브랜드를 고급품으로 인식하던 시절이었다. 사람들에게 백화점은 가보고 싶은 곳이었고, 일부러 가는 곳이었고, 자신의 패션 감도를 적당히 과시할 수 있는 곳이었다.

 

1990년대 말 백화점 성장에 위기가 닥쳤다. 홈쇼핑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의 태동과 IMF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이마트로 대변되는 대형마트의 성장도 한몫했다. 매출 하락에 위협을 느낀 백화점들은 당시 중저가 패션으로 주목받던 스트릿 브랜드인 지오다노와 보시니와 같은 영캐주얼 브랜드들을 입점시키는 결정을 했다. 젊은 세대들이 구매를 하는 브랜드들이었으니 백화점의 단기적인 매출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던 고객들은 혼란스러웠다. 같은 티셔츠이지만, 작게는 1~2배에서 많게는 10배수의 제품이 같은 공간에 자리하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들이 많아진 것이다.

 

2021년 유통업계에 있었던 큰 변화 중 하나는 2003년 처음 매출이 역전된 이후 줄 곳 대형마트의 매출에 밀렸던 백화점이 오프라인 유통 1위를 재탈환한 것이다.

 

코로나의 기저효과를 등에 업었다고는 하지만 잠재된 소비자들의 욕구와 심리적 만족감을 해소시키는 데 있어 백화점이 17%(1위)를 차지하게 됐고, 매출은 전년 대비 24.1%(1위)까지 성장했다. 백화점의 매출 상승을 주도한 카테고리는 해외 유명 브랜드(37.9%)와 아동스포츠(31.9%)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다시 찾기 시작했다는 것은 백화점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백화점이 중고품과 온라인 브랜드를 확대하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는 한번 더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카카오톡 채널 추가하기 버튼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광고배너 이미지

지면 뉴스 보기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
지면 뉴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