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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窓 - 섬유 원천기술 붕괴 이대로 괜찮은가

발행 2019년 08월 05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로 국내 반도체 제조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의 행동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객관적인 원인만을 놓고 봤을 때는 반도체 제조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한국이 반도체 수출 강국이라고는 하지만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사용되는 원료, 즉 원천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일본만 가지고 있는 기술은 아니다. 러시아 등 다른 국가에서도 수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의 에칭가스에 모든 기술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결함 문제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일본의 불화수소 수출 제재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원천기술에 대한 문제는 이번만이 아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이후 한국 IT산업의 수출은 바닥을 쳤다. 후쿠시마 지역에서 부품 공급이 안 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한국 IT산업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스마트폰의 핵심 소프트웨어 역시 미국의 퀄컴사 제품으로 삼성, LG 등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은 매년 수 조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모든 원인은 원천기술의 부재에서 비롯됐다. 우리나라는 70~80년대 급성장을 이루면서 원천기술에 대한 개발보다는 분해공학(역설계)에 집중해왔다. 선진국의 제품을 분해해 생산방식을 알아낸 뒤 복제하는 방식으로 해왔던 것이다. 카메라, 노트북, 핸드폰, 청소기 등 모든 전자 제품이 그랬다.


이에 반해 국내 섬유 산업은 원천기술을 잘 지켜온 산업 중 하나다. 70~80년대 한국의 산업 성장을 이끈 것도, 수출 강국을 만들어낸 것도 바로 섬유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섬유 산업의 조짐이 안 좋다.


2017년 섬유 수출 강국을 뒷받침해 온 국내 면방설비가 RING 정방기 기준 100만추 이하로 무너졌다. 1990년 전성기 시절 370만추 규모에 달했던 면방설비가 30여년 만에 1/4 수준으로 축소된 것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는 71만추로 더 줄었다.


이는 1970년 섬유산업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시절보다 더 작은 규모다.


올해 초 코오롱머티리얼은 원사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다행히도 티케이케미칼이 인수하면서 기술과 장비가 해외에 유출되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기업의 모체이자 근간인 원사 사업의 중단은 아쉬운 부분이다.


면방설비는 섬유·패션 산업의 원천기술이나 다름없다. 실이 없으면 옷을 만들 수 없다. 하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임금 때문에 국내 면방업체들은 하나 둘 손을 들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원천기술을 잃을 섬유 산업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반도체 산업과 같은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치로 핵심 기술과 재료 국산화에 대한 연구개발 로드맵에 착수했다고 한다. 원천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국내 섬유 산업은 없는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있는 것을 지키면 된다. 다만 첨단화 등의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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