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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 국내 생산은 ‘붕괴 직전’

발행 2022년 11월 21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사진=게티이미지

 

산업단지 내 공장들 무더기 가동 중단

적자 누적되며 부도 나거나 매각, 임대

 

[어패럴뉴스 조은혜 기자] 글로벌 밸류 체인의 혼란으로, 전 세계적인 니어 쇼어링, 온 쇼어링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 생산 기반이 붕괴 직전의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구경북(직물·염색가공), 경기북부(니트·염색가공), 인천 시화, 부산 등 국내 대표 산업단지 내 공장 수십 개가 올해 누적된 적자로 부도가 나거나 매각 및 임대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하반기 들어 운영 부담이 더 커지며 내년 상반기 추가 중단이 전망되고 있다.

 

경기북부환편공업협동조합의 경우 재작년 20곳 이상, 작년 10여 곳이 사업을 접었고 남아있는 업체들도 보유 기계의 30~40%만 가동중이다. 염색 쪽은 모든 산업단지에서 공장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염색업체가 40% 가까이 문을 닫았고, 일반염색 중심으로 남아 특수염색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편직(니트)은 50~100억 규모 업체들도 팍팍한 상황이다. 의정부와 포천에 공장을 크게 운영해온 J사는 최근 보유한 편직(니트)공장 절반을 팔고 절반만 가동 중이며, 가공공장도 축소키로 했다. 해외로 옮기는 것도 검토했지만 중국, 동남아 상황도 어려워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 S사는 악재 속 메인 브랜드 계약이 종료되며 공장 정상 가동을 할 수 없게 됐고, M사는 국내공장을 접고 방글라데시로 넘어갔다.

 

삼성, 코오롱 공장도 중단, 매각

 

대기업들도 사업을 접고 있다.

 

지난 3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삼성SDS 경북 구미 공장 임대차 계약 만료 시점인 이달 말을 끝으로 직물사업(연 400~500억 규모/2008년 이후 누적적자 80여억 원) 철수를 결정했고,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4월 경기도 양주 원단공장을 115억 원에 매각한데 이어 지난달 대구 침산동 염색공장을 스틱얼터너티브 자산운용에 500억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브랜드 개발과 신수종 사업에, 코오롱은 5G 이동통신용 광케이블, 전기자동차용 타이어 등에 활용되는 신소재 투자에 더 집중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도 중국산 저가에 밀리는 사양화 산업이라며 섬유산업 제조에서 손을 떼는 마당에 규모가 작은 중소업체가 여러 악재 속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며 리딩 업체와 고부가가치, 리사이클 쪽으로 미리 움직인 곳들을 제외하고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단 속출은 매년 두 자릿수 증가하는 원자재, 가공 등 전반적인 비용, 인건비 부담, 수주 물량 부족 등으로 채산성이 크게 악화된 것이 이유다. 최근 대기업들이 빠지며 얽혀있던 2, 3차 업체들에도 타격이 오는 등 갈수록 녹록하지 않은 상황에 몰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하반기 달러 고공행진까지 덮치며 원자재, 에너지 가격이 거침없이 오르며 부실을 더 키우고 있다.

 

원자잿값 폭등에 인력난 심화

 

대구 화섬업체 D사 대표는 “원사 종류별로 인상 폭은 다르지만 하이멀티치폰이라 불리며 가장 많이 쓰는 7572원사의 경우 50% 이상 가격이 인상됐다. 석탄 가격상승으로 열병합발전소 스팀 가공비도 상승, 우리가 거래하는 곳은 작년 12월부터 10월까지 무려 네 차례나 가격이 뛰며 작년보다 20% 올랐고 추가 인상 얘기도 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인력 부족이다. 국내 인력의 노후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2년이 넘는 외국인 근로자 투입 차질로 공장가동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는 60대가 막내다. 젊은 인력 수혈이 되지 않고 고령화되며 은퇴속도가 빨라지는 중이다. 일당으로 일하는 인력 구하기도 힘들다. 부도난 공장에 근무하던 인력들이 다른 공장으로 흡수되지도 않고 있다. 플랫폼 노동 등 수입이 좋은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지만 이전 수준에 비하면 태부족이다. 그나마 남아있는 외국인 근로자 중에서도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때문에 납기가 2~3주, 많게는 한 달 이상 늘어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염색공장을 운영하는 한 대표는 “1.5배 더 준다고 해도 일을 안 하겠다고 한다. 수주량이 많지 않은데도 사람이 부족해 현재 인원이 야간, 주말 근무까지 해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주 52시간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도 “전기, 스팀 등을 야간에 쓰면 비용이 싼데 정해진 시간 외 가동이 어렵다 보니 채산성이 떨어진다. 외국인 근로자만이라도 임금이나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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