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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세계화의 종말...‘소싱’을 리셋하라

발행 2022년 09월 27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신냉전, 팬데믹, 전쟁 거치며

글로벌 공급체계 취약성 드러나

 

[어패럴뉴스 조은혜 기자] “30년 세계화 시대는 끝났다.”

 

지난 5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 포럼)를 앞둔 세계의 경영자들과 투자자들은 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소위 ‘지구는 하나’라 외치며 무역 장벽을 없애고, 더 싼 노동력과 자원을 찾아 이익을 추구해 온 ‘세계화’의 신화가 30년 만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 의존하는 상황에서 마주한 미·중 갈등의 신냉전,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자원 공급의 연쇄적 파동은 세계화의 약점과 허약한 고리를 드러냈다. 말 그대로 세계화의 역설이다.

 

더 합리적인 가격,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했던 글로벌 공급망의 결함을 목격하며, ‘소싱’을 리셋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적인 메리트는 물론 안정적이냐를 기준으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패션 업계도 고민이 많다. 국내 생산기반이 무너져 리쇼어링은 현실성이 없고 이미 중국, 동남아가 니어쇼어링인 만큼 미국, 유럽과는 상황이 다르다. 해외 소싱만이 답이다.

 

패션플랫폼 소싱본부 박보열 전무는 “세계화, 전문화, 단납기 시스템 도입 등이 단순한 전략들이 돼 버렸다. 본질적으로 소싱 시스템을 제대로 리셋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각 부서 간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소싱 조직이 유관부서와 효율적으로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작업지시 표준화와 주도적인 스케줄 조정, 좋은 업체 선별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수출 쪽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근접해 있지만 내수는 취약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시스템화를 통해 다변화 상황에 요구되는 모든 것을 대응할 수 있는 소싱 조직 기반을 기본적으로 갖추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특히 표준화된 작업지시서가 필수다. 해외생산이라 해도 한국인이 운영하는 현지공장 중심으로 움직이는 비중이 높아 우리 식의 지시서가 통했지만, 코로나로 중단한 곳들이 많다.

 

국내는 해외 생산 대체 방법 없어

국외 무역지대 건설 등 정부 지원 촉구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넓혀가야 할 소싱국들은 한국인 공장이 거의 부재하고 거리가 먼 만큼 현지 로컬기업 어디든 소화할 수 있는 정확한 지시로 불필요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단순히 기획 시점을 당기는 것보다 효율적이다.

 

파트너사와의 신뢰 강화, 해외 소싱처 다각화에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갑을 관계의 무리한 클레임으로 파트너사와의 관계를 망치기보다 중요조직으로 인식하고 윈-윈하는 전략으로 돈독하게 움직이며 차질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기존 소싱국 내에서도 더 다양한 지역 파트너사를 늘리는 동시에 중국과 베트남 차질을 보완할 수 있는 국가의 소싱처 발굴 노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인디에프 김상찬 구매소싱 총괄 이사는 “미중 패권문제가 심화되고 제로 코로나 등 통제가 어려운 중국보다, 유연한 베트남 내 생산처를 더 늘리고 동남아 지역 비중을 계속해서 확대하며 리스크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노력도 요구된다.

 

김홍만 만선 대표는 “많이 얘기되는 리셋 전략들은 응급조치에 가깝다. 중장기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무너진 국내 기반을 대신해 인구가 풍족한 저개발 국가에 개성공단처럼 한국의 소싱 특구, 무역지대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통관, 입출국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 투자에 대한 국가 보증이나 세제 혜택 등 지원책이 마련돼야 안정적인 기반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유럽 리쇼어링·온쇼어링 행렬

출처=게티이미지

 

정부 나서 제조업의 본국 회귀유도

아시아 소싱 줄여나가는 글로벌 기업들

 

미국, 유럽 등 해외 소싱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이미 정부가 나서 자국과 인접한 니어쇼어링은 물론 리쇼어링(제조업의 본국 회귀), 온쇼어링(자국 내 제조업)을 유도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매킨지가 지난해 11월 64개 대형 브랜드 구매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1%가 오는 2025년까지 니어쇼어링을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이중 24%는 브랜드가 영업하는 곳과 같은 시장에서 제품 생산을 원한다고 답했다.

 

가장 적극적인 미국의 경우 실제 터키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의 소싱 경쟁력이 높아졌음이 확인된다. 작년 연말 미국 섬유 의류 전문 매체인 저스트 스타일과 글로벌 데이터의 어패럴 인텔리전스 센터가 공동으로 27개 소싱국 대상 톱10 국가를 발표한 결과에서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음이 확인됐다.

 

미국은 올 상반기 최저 임금 미달 근로자 보호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의류업체에 대한 지원을 주요 골자로 한 연방 정부 패션 법안 추진에도 나섰다. 미국 의류업체들의 온쇼어링 관심이 늘고 있는데 맞춰 온쇼어링 업체의 세금을 30% 면제하는 등의 인센티브 방안도 포함돼 있다. 또, 행정부가 미국 의류신발협회 회원사 등 업계 대표들에게 ‘CAFTA-DR’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중미 트라이앵글 3개국과 협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이에 미국 비중이 높은 국내 수출기업들도 바빠졌다. 바이어들의 니어쇼어링 니즈에 맞춰 세아상역이 지난해 중앙아메리카 도미니카 공화국에 신규 공장 가동을 시작했고, 글로벌세아는 지난 8월 중미 코스타리카에 제2 방적 공장을 준공하는 등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아...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생산활동 모습 /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사진 유수 작가)

 

124개 입주사 중 섬유 봉제 73

현재도 90% 업체가 재입주 희망

 

출구 없는 팬데믹의 위기 속, 자체 소싱 기반이 약한 우리에게 개성공단이 복원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해결책이다.

 

폐쇄되지 않았다면, 팬데믹 이전 재개가 됐다면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 온다. 국내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그나마 니어쇼어링으로 분류되는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생산마저 불안해진 상황에서 개성공단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방글라데시보다 훨씬 저렴하고 뛰어난 손기술, 물류 운송 걱정이 없고 무엇보다 말이 통한다는 강점으로 입주했던 기업 대부분은 재개의 꿈을 놓지 않고 있다.

 

2004년 12월 시작된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폐쇄될 때까지 국내 패션 임가공의 핵심 역할을 했다. 입주기업 124개 업체 중 섬유 봉제 기업이 73개사였다.

 

2015년 말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생산량은 5억6330만 달러로 개성공단 가동이 본격화한 2005년 1491만 달러보다 38배 성장했다.

 

‘개성공단 재개의 효과 및 소요 자금 추산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개성공단 재가동 시 5년간 얻는 경제적 이익은 남한이 5년간 22조 원 이상, 북한은 4조 5천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현재도 입주기업 90%가 공단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 /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북측 근로자들의 업간체조 모습 / 사진제공=경기아트센터(사진 유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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