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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새해 글로벌 패션, 불평등한 회복…‘극단적 양극화가 온다’

발행 2022년 01월 03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3~8% 성장률 예상되지만 상위 소수 그룹 주도

대다수 기업들 고통스러운 회복 과정 거칠 것

공급망 재편, 지속가능성, 디지털化 가속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맥킨지는 최근 발간한 새해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패션 시장이 2019년 대비 3~8%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숫자의 함정에 빠져 상황을 낙관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 3~8%라는 숫자에는 공급망 병목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즉,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비용과 가격 인상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이러한 성장이 결코 모든 나라, 모든 시장에 걸쳐 균등하게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팬데믹 이후의 회복은 이전에 비해 훨씬 더 불평등한 회복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한 경향은 국가 단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이미 국내 패션 시장만 놓고 보더라고 지난 한 해 실적에서 상위 소수 그룹에의 쏠림, 극단적 양극화 경향이 뚜렷해졌다. 강한 곳들이 더 강해지고, 이미 큰 곳들이 더 커졌다. 물론 게임의 방식을 바꿔버린 혁신 기업들의 등장도 잇달았다.

 

이들을 제외한 중간 포지션, 시장의 80%를 이루는 레거시 기업들은 극심한 회복의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매킨지는 이러한 상황을, 상위 20%의 이익을 하위 80%의 기업들이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맥킨지와 BoF, 삼성패션연구소 등의 글로벌 보고서와 외신 등을 종합해 새해 패션 유통 산업의 9가지 키워드를 정리했다.

 

출처=The State of Fashion 2022 - McKinsey

 

불평등한 회복...극단적 양극화

신세계 강남점이 12월 초 기준 연간 매출 2조4천억 원을 돌파하며, 세계 1위 점포 등극이 예상된다. 팬데믹으로 고통받던 지난 한 해 역설적이게도 국내 백화점 중 1조를 넘긴 점포는 두 곳이 늘어 총 11곳이 됐다. 이들의 성장 배경에는 30% 이상 신장한 명품, 그리고 보복 소비가 있다.

 

스포츠, 명품, 온라인 성장 지속

매킨지는 지난 한 해 야외 활동, 온라인 쇼핑, 그리고 부유한 소비층에 어필한 분야가 높은 성과를 올렸다고 꼽았다. 이러한 경향은 올해도 이어진다. 여전히 유동성은 풍부하고, 여행 제한은 2023년이 되어서야 풀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나이키코리아는 지난 한 해( 2020년 6월 1일~2021년 5월 31일) 연간 12.3% 신장한 1조4500억의 매출을 거둬들였고, 루이비통 1조468억, 샤넬코리아는 9296억을 기록했다.

 

공급망 병목...더 비싸지는 옷값

UN 무역개발회의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세계 소비자 물가는 1.5% 인상 요인이 생기고, 섬유, 의류, 가죽, 가구 등은 10.2%의 인상이 예고됐다. 가장 큰 원인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생산 및 운송 차질 등 생산 코스트 전반의 상승에 있다. 국내 역시 전 산업 군이 일제히 내년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10% 내외 인상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온쇼어링, 니어쇼어링...공급망의 리포지셔닝

최근 미국 행정부는 서플라이 체인을 아시아와 중국에서 중미로 이전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기업들에게 철저한 원산지 규정의 이행, 즉 미국산 소재를 쓰라는 주문과 함께 니어쇼어링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권도 마찬가지다. 일부 패션 하우스들이 자국, 혹은 인접국으로 소싱처를 옮겼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에 따른 불안은 국내 역시 마찬가지다. 개성공단 이슈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다.

 

순환 섬유의 활성화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는 소재의 재활용이다. 원료 생산 자체를 제한해야 섬유 폐기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및 후가공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서 있는 상태. 기술이 성숙해짐에 따라 제품 개발 단계에 재활용 소재를 일정 부분 할당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디지털 기술과 표준 인증을 통한 공급망 투명성 확보

패션 산업의 ESG 경영은 소재 뿐 아니라, 생산 과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요구도 포함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원료와 과정이 추적 가능해야 하고 기록되어야 하는데, 블록 체인 기반의 NFT 기술이 이를 지원하게 될 전망이다. 이는 브랜드 위조를 방지하고 투명성을 차별화 조건으로 내세우는 데도 유용하다. 더불어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업계 공통의 통합된 표준, 즉 인증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옷장의 재구성

팬데믹 2년 간 라운지웨어와 스포츠웨어를 주로 구매한 소비자들은 억눌린 자유와 소비 심리에 대한 보상을 원한다. 그래서 패션 소비 종목이 크게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의 제품 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고, 상품 구성을 조정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적응하는 소비자와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와 디지털 자산 활용력

MS,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디지털 본사를 세우고, 나이키, 발렌시아가, 구찌 등은 디지털 자산을 만들어 쏠쏠한 추가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패션 기업들은 이제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NFT, 게임 및 가상 패션 등은 커뮤니티와 커머스의 새로운 채널이자 상품이 될 전망이다.

 

소셜 커머스 확장기 예고

구글, 페이스북, 틱톡 등 소셜 채널의 커머스가 올해 크게 확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검색부터 결제까지 원활한 쇼핑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 기업과 소비자, 투자자 모두의 참여가 급증하고 있다. 맞춤형 인앱 쇼핑과 라이브 스트리밍 및 증강 현실 같은 이커머스의 새로운 장르를 테스트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샤넬 LE 19M(르19엠)

 

샤넬은 왜 공방(제조업체) 41곳을 인수했나

 

자체 제조로 지속가능성, 공급망 관리

날로 비싸지는 가격 정당화에도 유리

 

프랑스를 대표하는 패션 하우스 샤넬은 1997년 자회사 파라펙시옹(Paraffection)을 설립하고 현재까지 41개의 공방(제조업체)을 인수했다. 단추 등 장식품의 데뤼, 모자 공방 메종 미쉘, 깃털과 까멜리아의 르마리에, 자수와 트위드의 르사주 등에 이어, 지난 2년 동안 추가로 인수한 제조업체만도 7개다.

 

2020년에는 2만5천 평방미터의 땅에 이들 공방(제조업체)의 허브이자 커뮤니티 공간인 르19엠(Le 19M)을 건립, 600여 명의 장인들이 입주했다. 매년 한 번씩 공방들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컬렉션의 패션쇼도 연다.

 

샤넬이 이렇게까지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샤넬은 전체 상품의 3분의 1을 사내에서 직접 제조한다. 프랑스 작업장에서 85%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에르메스에 비하면 낮지만, 여타 명품 하우스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그럼에도 샤넬은 자체 제작 비중을 더 높히기 위해 공방을 인수하고 있다. 미래 공급망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이와 더불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제품과 프로세스 혁신이라는 목적도 있다.

 

사실 여러 업스트림 기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을 만들어내는 브랜드 메이커들이 원자재와 생산 과정을 지속가능하게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측면은 럭셔리 브랜드의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기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통 유산, 장인 정신 및 창의성 등은 기존 명품의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는 요소들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지속 가능성 및 윤리에 대한 의사소통 의무가 추가된 것이다.

 

샤넬은 2020년 대폭 인상에 이어 지난해 세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재료비 상승과 환율 변동 때문이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은 샤넬 매장으로 달려갔다.

 

여행 중단으로 인한 뷰티 부문의 타격,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 패션 및 액세서리의 매출 감소로 2020년 연간 매출은 18% 감소했지만, 작년 상반기 반등을 시작해 2019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 2년간 기성복 판매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론 샤넬은 연간 12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기업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라는 현안에 대해 국내 패션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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