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영캐주얼, ‘팬데믹 끝나도 회복 어렵다’

발행 2021년 10월 27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출처=어패럴뉴스

 

9월 누적 백화점 실적 가장 약세

2019년 대비로는 두 자릿수 역신장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국내 여성 영캐주얼의 시장 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백화점 로열층을 차지하고 패션의 중심 축을 담당하던 복종에서, 축소해야 할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본지 백화점 매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1~9월 수도권 15개 백화점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1.9%에 그쳐 전체 패션 조닝 중 가장 약세를 보였다. 팬데믹의 공포가 극심하고, 백화점 점포의 셧다운이 빈번했던 작년과 비교한 수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한 침체다.

 

2019년 대비로는 큰 폭의 역신장이다. 주요 백화점 29개점 기준 입점 브랜드 수는 9.8% 감소한 반면, 매출은 22.4%나 줄었다. 롯데 본점, 부산점, 현대 무역, 신촌점, 신세계 본점, 강남점 등 핵심 점포일수록 마이너스 폭이 컸다.

 

이러한 흐름대로라면,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된다 해도 여성 영캐주얼 조닝이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되거나 되돌아가는 일은 요원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팬데믹은 여러 요인 중 하나일 뿐, 그 사이 시장 판도가 너무도 크게 변했기 때문이다.

 

현재 여성 영캐주얼 시장은 수입과 SPA, 온라인 사이에 끼인 심각한 샌드위치 상태다. 이전에도 그러한 우려는 존재했지만, 팬데믹 기간 본격화,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단순한 경쟁자, 시장 참여자의 증가를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소비 패턴의 변화, 시장의 다원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경쟁의 범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 결과 젊은 층의 신규 유입은 없고, 기존 고객층은 여러 채널로 흩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출처=어패럴뉴스

 

양극화, 조정기 시장의 신호

온라인, SPA 여성 수요 흡수

 

양극화는 성숙기를 지나 조정기 소비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신호다. 현재의 여성 영캐주얼 시장은 극단적인 양극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가장 강력한 로열티를 구축하고 있는 한섬은 팬데믹 기간에도 나홀로 신장을 이어갔다. 상반기 매출 18%, 영업이익은 58% 신장했고, 시스템, 에스제이 등 영캐주얼 브랜드는 물론 타임도 두 자릿수 큰 폭 신장을 기록했다. 베네통, 오즈세컨, 스튜디오톰보이, 럭키슈에뜨 등 이 기간 상위권에 오른 브랜드들은 비교적 확실한 정체성과 로열티를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중상위권 중견사들은 팬데믹 이전에 비해 영향력이 축소된 모습이고, 그 이하는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역신장 폭으로 고전하고 있다. 시장 사입 등으로 운영되는 중가 내지 중저가 브랜드는 사실상 퇴로가 막힌 상황이다.

여성 영캐주얼에 대한 전체적인 로열티가 하락하며, 백화점에 비해 안정적인 추세를 보이던 아울렛도 침체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많던 고객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근본적인 요인은 채널의 다원화, 수요 분산에 있다. 지난 2년간 급성장한 패션 플랫폼들의 주요 화두는 ‘2030 여성 잡기’였다. 비대면 쇼핑이 성행한 팬데믹 기간은 이들에게 큰 기회였다. 무신사, W컨셉, 29CM 등 남성을 중심으로 하거나 1020을 대상으로 성장한 패션 플랫폼들은 경제력이 있는 여성 고객 흡수에 올인, 실제 여성 카테고리 거래량이 두 세 배 증가했다.

 

스포츠, 명품 등 소비 패턴 다원화

백화점 조닝 축소, 업계는 탈백화점

 

여기에 SPA 점유율도 크게 늘었다. 자라는 마시모두띠를, H&M은 코스에 이어 아르켓을 런칭, 품질이나 가격에서 백화점 여성복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가성비’를 내세워 기존 국내 여성 영캐주얼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키웠다. 그 결과 고객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이들 역시 팬데믹 기간 온라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는 점이다.

 

외국계 유한회사인 이들은 국내 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인디텍스의 올 상반기 온라인 매출이 지난해 전년 동기보다 36%, 2019년에 비해서는 139% 증가했다. 전체 매출의 25% 점유율이다.

 

한국 직영 온라인몰이 없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은 이제 해외 제품을 중개해 주는 플랫폼이나 직구 사이트를 통해 이들 제품을 손쉽게 구매하고 있다.

 

여성복 수요 분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또 다른 분야가 스포츠 시장이다. 여성 골프 인구의 증가, 생활 스포츠의 확산 등으로 관련 소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의 여성 상품 강화가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고, 룰루레몬 등으로 대표되는 요가복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여성 인구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골프 시장까지 사실상 여성복의 경쟁 상대다.

 

위로는 수입 컨템포러리와 명품 시장이 있다. 올 상반기 백화점 실적 상승은 예상대로 해외패션과 명품이 이끌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모두 40~50%의 신장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백화점 측의 조닝 축소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례로 더현대 서울의 경우 2개 층에 국내 패션을 다 몰아넣었다. 업계는 향후 신규, 리뉴얼 점포에서 그러한 경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들은 업체들대로, 백화점에 의존하는 포트폴리오에서의 탈출에 나서고 있다. 지금의 위기가 등락을 반복하는 단순 사이클이 아닌, 근본적인 전환이라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브랜드 런칭, 이 업종 진출 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이 기업 내 포트폴리오의 보완 효과는 있겠지만 기존 브랜드의 조정은 별개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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