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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삼] 소비자들은 왜 ‘위장 환경주의’에 분노하는가

발행 2021년 04월 22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출처=FOCUS MALAYSIA

 

 

지난 3월 프랑스 최대 식품기업 중 하나인 다논(DANONE)의 CEO 에마뉘엘 파베르가 사임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지난 7년간 다논의 지속적인 이익 감소와 코로나 기간 매출 감소, 주가 폭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평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업 경영의 원칙으로 삼아온 파베르는 소비자, 직원, 협력업체, 지역사회, 정부와의 신뢰 관계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최대 ‘비코프’(B Corp)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는 회사 정관에 ‘지구와 자원을 보전한다’는 목표를 넣을 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프랑스 기업의 위상을 높이고자 했지만 이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주주들의 공격과 비난을 받아왔다.

 

이 기사가 난 지 며칠 후, 국내 경제전문지가 유명 대학의 경영전문대학원, 컨설팅회사와 함께 한국 기업의 ESG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평가모델을 구축했다는 기사가 났다. 그리고 해당 평가모델을 기준으로, ‘ESG 경영 대상’을 제정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들이 만든 평가모델이 유수의 글로벌 ESG 평가모델과 어떻게 다르고,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우선은 평가 모델 자체가 검증을 받고 공신력을 획득해야 할 일인데, ‘상’부터 제정했다고 하니, 돈벌이 수단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과연 이들의 지표가 다논이 보여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수익성 사이 ESG의 목표와 수익 간 상관 관계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만약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기회’를 지향하는 ESG의 철학과는 거리가 멀다. 많은 언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행을 따라 이슈를 내세워 기업을 줄 세우고 홍보 수단을 만들어주며, 수익을 챙기는 과거의 잔상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매우 고도화되고 전략적 선택을 요구한다. 남들이 한다고 하니까 마치 유행을 따르듯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고 의도된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미 소비자들의 기대는 높아졌고 요구는 훨씬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이니스프리가 출시한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

 

2020년 6월 이니스프리는 종이 용기를 사용한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을 출시했다. 제품 겉면에 상품명 대신 ‘Hello, I’m Paper Bottle’이라고 적혀 있어 누가 봐도 ‘종이 용기’임을 전면에 내세운 상품이었다. 그러나 실제 병 내부에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겉면만 종이를 씌운 형태였다. 이니스프리가 이 제품을 친환경 상품으로 판매한 이유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였고, 외국에서도 이런 용기를 종이 용기(Paper Bottle)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4월 초 페이스북에 “이니스프리 페이퍼 보틀을 갈라봤더니 플라스틱 몸체가 드러났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며 소비자들 사이에 공분이 일었다. 의미 있는 소비를 위해 종이 용기인 줄 알고 구매를 있는데 내부에 플라스틱 용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소비자가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는 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이 일은, ESG 경영이 화두인 요즘 소비자의 눈높이와 기업의 현실 사이 간극을 아주 잘 보여준다.

 

기업의 미흡한 친환경 혁신과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사이에서 소비자의 혼란을 줄이는 방법은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통해 개발과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요구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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