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 해이의 결정체, ‘택갈이’를 근절하자
이재경 '패션법 이야기'

발행 2021년 01월 1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유튜브 택 갈이 검색

 

물갈이, 가죽갈이, 천갈이... ‘낡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꾼다’는 의미의 ‘갈이’에 담긴 어원, 어감은 기본적으로 ‘혁신’, ‘발전’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표지 갈이, 박스 갈이, 그리고 택(tag) 갈이, 라벨 갈이는 듣기만 해도 무척 부정적, 퇴행적이다. 2021년을 맞이한 지금도 이런 나쁜 ‘갈이’가 횡행하고 있으니 패션업 종사자들은 그저 힘이 빠질 뿐이다.


패션업계에서 중국, 베트남 등에서 값싸게 제조·수입한 의류, 액세서리의 원산지를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택 갈이는 오랜 병폐였다. 엄연히 실정법인 원산지 표시 의무 위반행위이므로 진작에 근절되었어야 했다. 택 갈이는 도시 소상공인의 일자리 감소뿐만 아니라, 국내 제품의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려 제조업과 유통질서를 무너뜨리고, 소비자의 알 권리 등을 침해하는, 산업생태계에 독버섯 같은 존재다. 


택 갈이는 상표법 등의 위반행위이지만, 생계형 범죄로 분류되어 기소유예 또는 가벼운 벌금형으로 처벌되기 때문에 더 근절이 어려웠다. 


한 편집숍의 유니클로 택 갈이, 국내 대표 SPA의 폭리 판매를 비롯한 일련의 원산지 표기 위반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자 정직한 생산자와 죄 없는 소비자의 배신감은 극에 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2019년 특별법이 발의되고, 중소기업벤처부가 대대적으로 각종 대책을 마련하면서, 택 갈이 근절의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휩쓴 2020년을 넘긴 시점에도 택 갈이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요즘처럼 SNS 등 사회적, 기술적으로 각종 감시 장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상황에서도, 백주대낮에 버젓이 택 갈이가 판치는 이유는 뭘까.결국 돈 문제일 뿐이다. 택 갈이 선수들의 계산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택 갈이 덕분에 벌어들이게 되는 수익과 택 갈이 때문에 비난받는 부정적 효과 사이에서 간단명료한 판단을 내린다. 택 갈이가 더 돈을 벌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비용을 들여 직접 제조하여 판매하는 방식보다 중국산 등 저렴한 패션 제품을 매입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상표만 붙여 고가 또는 약간 저가로 판매하는 것이 당연히 남는 장사이다. 


빠른 트렌드 변화에 맞춰 새로운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기획, 제조, 판매한다는 장인 정신, 기업가 신념은 실종된 지 이미 오래다. 택 갈이를 당한 소비자들의 비난이나 미디어의 지적은 금세 지나가므로 그저 한순간 꾹 버티면 된다는 불감증 모르쇠 전략이 자리 잡았다. 사입형 편집숍 비중이 패션 시장에서 점점 커지는 것도 하나의 주요 요인이다. 일부 대형 편집숍들이 타사 제품에 임의로 자사 상표를 덧붙여 판매하거나 정품이 아닌 제품을 택 갈이해 고가로 판매한다는 사실도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결국 이 문제는 ‘택 갈이’를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패션 업계의 도덕적 해이의 결정체인 택 갈이를 심각한 법적, 윤리적 위반행위로 바라보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해결될 것이다.


2020년 11월부터 서울시는 조폐공사가 개발한 화폐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한 ‘정품 인증 라벨’을 제작하여 소상공인이 생산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부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정품 인증 라벨’ 보급의 효과가 당장은 미미할지 몰라도, 이러한 기술적인 조치의 도입만으로도 외국산 저가 상품을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불법행위는 서서히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아울러 패션 업계가 자체 정화 차원에서 택 갈이 근절 캠페인 등을 적극 펼치고, 당국과 함께 계몽에 나선다면, 소비자 태도와 업계 분위기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너무나 오래 방치되어 온 택 갈이, 더 이상 두고 볼 일이 아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