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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의 역사-리부트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발행 2020년 01월 28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지난달, 국내 다양한 아웃도어 업체에서 연속으로 패션특강을 했다. 복식사가인 내게도 아웃도어의 기원을 답하는 일은 쉽지 않다. 아웃도어란 오랜 시간에 걸쳐 ‘인간은 무엇으로 인해 인간이 되는가?’란 질문과 대답이 만들어낸 세계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웃도어란 인간이 자신을 가두었던 방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는 행위다.


14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넘어, 지리적 경계를 돌파하기 위해 지도 제작에 나섰다.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은 고대에 나온 지도를 수정하고 새로운 지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 지도제작에 열을 올린 이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의 페트라르카(Francesco Petrarca)란 인문학자였다. 역사에서는 그를 중세와 르네상스의 경계선을 가르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그가 쓴 <방뚜산 여행기>란 한편의 글 때문이다. 그는 이 글을 통해 현대적 개념의 여행과 등반의 의미를 끌어낸다.

 

세계 최초의 알피니스트, 페트라르카

 

페트라르카는 1336년 4월 26일 아비뇽 근처의 방뚜산(Ventoux)을 오른다. ‘방뚜’란 바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는 등정 도중에 겪은 경험과 느낌,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한때 자신의 고해신부였던 디오니지란 인물에게 편지로 적어 보냈다.


<방뚜산 등정기>는 이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이글에서 페트라르카는 영적 위안이나 계시가 아닌 단순히 높은 산의 정상에서 세상을 바라보려는 세속적인 열망 때문에 방뚜산에 올랐음을 분명히 밝힌다. 그의 이전 시대 사람들에게 등산이란 종교적인 의미를 띠는 행위였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지나칠 정도로 인간의 영적 체험, 신과의 만남이라는 초월적 체험을 위한 장소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페트라르카와 함께 이러한 관행이 깨진다. 페트라르카는 아주 꼼꼼하게 여행의 과정을 기록한다. 자신이 등정해야 했던 산의 루트에서부터 각 과정에 도달할 때 느꼈던 육체적 시련, 정상에 올랐을 때의 소회를 하나하나 적어놓는다.


특히 정상에서 그는 친구이자 멘토였던 디오니지가 선물로 준 포켓판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는다. 책 속에서 “사람들은 높은 산, 바다의 커다란 물결, 드넓은 강, 망망대해, 천체의 운행에 대해 끊임없이 경탄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는 소홀히 한다”라는 한 줄의 문장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여행의 경험, 인간을 만들다


한 시대의 패션을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기술적 혁신과 새로운 소재의 발명, 재단기술의 심화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고 하는 관념의 변화다. 관념의 변화는 자아에 대한 감각을 낳는다. 생각, 감정 등을 통해 외부와 접촉하는 행동의 주체로서의 ‘나 자신’, 이자아에 대한 감각은 놀랍게도 타고난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빚어진 것이다. 르네상스가 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집단의 일원으로만 살아가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호기심을 통해 지식을 추구하고 이를 위해 여행하는 행위, 산을 타고 바다를 건너고, 모험을 즐기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며칠 전 골든 글로브 영화제 시상식을 보다가 한 배우의 소감문을 유심히 듣게 되었다. “영화는 만드는 과정이 제일 중요해요”라는 뜻의 문장을 영어로 옮겨보면 “It is journey that matters”이다. 사람들은 이 문장 앞에서 의아해한다.


여행이란 뜻의 Journey가 왜 사용되었을까? 여기에서 Journey는 여행이란 뜻에 더하여 어떤 것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란 뜻으로 서구인들에게는 더 많이 읽힌다는 것이다.


아웃도어란 인간이 자신의 내면으로 난 길을 찾아가는 행위이자 실험이었다. 최근 패션을 비롯한 소비재 기업들이 체험형 매장을 만들고 관련 서비스를 속속 내고 있다. 무섭게 부상하는 새로운 트렌드인 양 언론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이건 인문학자의 시선에서 볼 때 ‘근본을 향해 가는’ 노력일 뿐이다. 여행의 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갖게 된 인간은 항상 새로운 패션을 비롯한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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