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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 대기업 다니던 김 대리는 왜 사표를 썼을까
신세계 퇴사 후 핀테크 기업 이직한 김성웅 씨가 말하는 ‘MZ 세대와 일 잘하는 방법’

발행 2022년 09월 26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김성웅 크로스이엔에프 이사 / 사진=김동희 기자

 

“MZ는 워라밸만 찾는다? 일의 주도권 생기면 달라져”

주말엔 테니스 동호회 운영, 브랜드 사업 연결 구상 중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성웅(35) 씨는 2014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입사했다. 브랜드 ‘자주’와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 등에서 물류·온라인·영업MD, 마케팅 등을 경험하며 대리 승진을 한 그는 지난 7월 돌연 퇴사를 결정했다. 이후 8월, 해외송금 서비스의 핀테크 스타트업 ‘크로스이엔에프’ 사업개발팀으로 자리를 옮겼고, 현재 이사로 재직중이다.

 

직업은 그를 설명하는 여러 것 중 하나일 뿐이다. 그는 주말이면 전국 최대 규모의 테니스 동호회 ‘테니스 파크’의 운영자가 된다. 성균관대 총동창회 이사와 경제대학 동문회 총무국장도 맡고 있는데, 유일한 30대다.


김 이사는 “기자를 해볼 생각으로 처음에는 사회과학계열에 입학해 전공을 정치외교학과로 선택하려했다. 교수님과 상담 중 돈 버는 직업을 가질 거라면, 경제학을 해보라 해서 학과를 바꾸게 됐다. 전공이 바뀌자 생각도 변했다. 상사·유통 기업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고, 이왕이면 1등 기업으로 가자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신세계에 입사했지만, 생각이 많아졌다. 첫 업무는 해외 브랜드가 아닌 자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에서 시작했다. 본사의 가이드 라인 없이 주도권을 가지고 더 빠르게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지난 7월까지 이커머스 등 여러 부서를 거쳤다.

 

김 이사는 “신세계의 워라밸이 선택 요소긴 했다. 23시~1시 퇴근이 잦았는데 야근 수당은 다 나왔다. 수당으로 ‘꼼데 가르송’ 카디건을 하나 살 수 있었다”며 “2018년부터는 10~17시 근무형태를 갖추며 야근이 줄었다. 야근이 한창일 때는 수당으로 ‘꼼데’ 카디건을 종류별로 다 사기도 했다”며 웃었다. 

 

“브랜드 애정 있으면 야근, 주말 근무 문제 안 돼

야근 수당으로 꼼데가르송 카디건 색깔별로 사”


남들이 부러워 마지않을 대기업을 그만두는 일에 망설임은 없었을까. 


그는 퇴사 이유에 대해 “내 사업에 대한 목마름이 가장 컸다”고 말한다. 그의 직업에 대한 관점은 크게 두가지다. ‘취업을 통해 임원까지’가는 경우와 ‘내 사업’을 하는 경우. 그는 두 번째를 선택했다. 

 

김 이사는 “임원이 될 확률은 과거보다 낮아졌고, 위험도는 높아졌다. 반면 사업은 아이템, 홍보 방법 등 정보 얻기가 더 수월해졌고 기회비용은 더 좋아졌다”며 “정확한 목표와 계획을 내가 주도적으로 짤 수 있다는 게 좋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직접 운영하는 대표의 관점을 경험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는 “내 사업 전 최소한 임원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이직은 연봉을 올리고, 더 나은 회사를 갈 때 하는데, 나는 스타트업으로 갔다. 하지만, 지분을 받았다. 내 것에 대한 무언가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직장으로서, 패션 업계는 그에게 주도적으로 일하기 힘든 곳이었다. 


김 이사는 “패션 업계는 기성세대의 입맛대로 움직인다. 특히, 전체적인 의사결정 과정 없이 진행 시키는 일이 많을수록 MZ세대들은 입을 닫는다”고 말했다. 2030을 타깃하는 브랜드의 경우 그 타깃인 직원들이 생각나는 아이디어가 있는데도, 말 조차 못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이어 “인사고과 평가도 그렇다. 결과치만 통보하고 그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런 경우가 MZ세대들이 받아들이기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탑다운 방식이 아니라, 아랫사람에게도 정당한 이유와 납득할 만한 답을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경험도 있었다. 김 이사는 “아르마니 골프를 바잉할 때, 물량 등을 온오프라인 담당자들이 한데 모여 계획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 적이 있다. 이러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 어떻게 팔 수 있는지 까지만 던져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MZ세대를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소통을 꼽았다.

 

'테니스 파크' 동호회를 운영 중인 김성웅 이사(좌)와 테니스 파크 윤아람 에디터(우)  

 

“MZ 잡는 법? 브랜드 사랑하면 퇴사 안 해

20~30대 직원 소통·참여·주도권 중시”

 

김 이사는 “성대 최초로 멘토링 제도를 만들면서 총동창회 중역을 맡게 됐다. 3040 젊은 멘토들과 재학생 멘티들을 연결시켰다. MZ세대들은 소통하는 공간, 새로운 경험 등을 제시하면 엄청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패션 업계 기준으로 중요 요소는 한 가지 더 있다. 브랜드 로열티다. 그는 “상사는 아래 직원이 브랜드를 사랑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자존감이다. 제품 할인, 샘플 이용 경험 등이 그 예다. 야근은 이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한다. 주말 매장 오픈같은 일도 마찬가지다. 연애는 언제 하냐고? 워라밸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내 브랜드 잘 되는 게 라이프의 큰 기쁨일 수 있다”고 말했다.


MZ세대 직원이 담당 브랜드를 미친 듯이 좋아하면, 연봉을 더 준다 해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이사는 “이게 패션과 다른 업종의 차이점이라고 본다. 그 감정은 브랜드 관계자라면 다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경험과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경향은 테니스라는 취미 활동에서도 드러난다. 김 이사는 2018년 회사 후배의 소개로 테니스를 시작했다. 이후 아예 동호회를 설립, 재작년 3월 만든 ‘테니스 파크’의 정회원만 600여명이다. 테니스장 2차 운영자로도 활동중이다. 


김 이사는 “테니스는 서로 주고받는 게 필요한 운동이다. 한쪽만 준비가 되어있으면 어렵다. 초보자들도 테니스를 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서 시작한 일이다. ‘경력직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라는 패션 업계의 웃지못할 농담이 테니스 판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내가 직접 판을 만들었다. 패션 업체 직원일 때는 하지 못한 일이었다”며 또 웃었다.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2030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브랜드 런칭 등을 고민 중이다. 상표는 출원 했고 ‘윌슨’, ‘닥터자르트’ 등 브랜드 스폰서십도 확보한 상태다. 2년 뒤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테니스 운영 대행사로 육성해 볼 작정이다.

 


 

'AK플라자'가 진행한 리버스 멘토링, 경영진들 20대 밀레니얼 멘토에게 배운다

 

“MZ를 가르친다고?… 배울 게 더 많아요”

 

‘리버스멘토링’ 세계적 유행 
채용·조직 문화도 크게 변화

 

지구상의 모든 기업은 적어도 향후 30년간 MZ를 중심 소비자로 받들어야 한다.


그런데 기성세대가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존 기업들로서는 그들을 이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디지털 네이티브, 자존감 왕, 개취 갑의 세대인 그들을 상대로 사업을 하려면 먼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문제는 패션 기업들이 그동안 신입 공채를 하지 않은 탓에, 젊은 MZ세대 직원 비중이 매우 낮다. 설상가상, 전문성을 가진 젊은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하는 일도 점점 더 어려운 ‘미션’이 되어가고 있다. 어찌해야 할까.


코오롱, 이랜드월드 등 대형사들이 올 들어 이들의 대규모 채용에 나섰다. 하지만, 채용이 끝이 아니다. MZ가 참여하는 라이프스타일 랩이나 파일럿팀, 사내 벤처팀을 만들어보자. 넓게 보아, 상사가 부하에게 배우는, 요즘 뜨는 ‘리버스 멘토링’의 다른 이름이다. 스승을 뜻하는 멘토(Mentor)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가 전장에 나가며 멘토르에게 자식을 부탁한 것이 그 어원이다. 경영진이나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기존 방식의 반대, 그러니까 후배가 선배를, 신입 직원이 경영진을 가르치는 방식이 ‘리버스 멘토링 (Reverse Mentoring)’이다. 


이를 처음 경영 현장에 도입한 ‘경영의 신’ 젝 웰치(GE 창립자)는 99년 영국 출장 당시, 신입 엔지니어로부터 인터넷의 중요성을 듣고는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이후 그는 임원들이 일반 사원 멘토를 정해 인터넷을 배울 것을 지시한다. 이후 리버스 멘토링은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SNS가 일반화된 새로운 환경의 테크놀로지와 트렌드를 습득하는 새로운 리더쉽의 형태로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2015년 ‘구찌’ CEO로 취임한 마르코 비자리는 임원 회의 주제를 30세 이하 직원들이 다시 토론하게 하는 ‘그림자 위원회’, 경영진과 35세 이하 직원의 ‘점심 회동’을 만들어 파격적인 변신과 ‘구찌’의 반전을 이끌었다. 모피 사용 금지, 여행 애플리케이션(앱) 제작, 독특한 문양과 디자인의 디자인, SNS 인플루언서 모델 기용 등이 MZ의 아이디어로 시행된 일들이다. 이후 발렌시아가, 생로랑, 루이비통, 에스티로더, 버버리 등 다른 명품 브랜드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젊은 세대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 IT 기업 대다수는 리버스 멘토링을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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