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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초기 스타트업 투자자의 ‘비자발적 전문가’ 되기

발행 2022년 08월 04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박현준의 ‘스타트업의 세계’

 

출처=게티이미지

 

스타트업과 초기 벤처 투자를 업으로 하면서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 있다.

 

“주로 어떤 분야의 투자를 선호하시나요?”, “어느 분야 투자에 강점을 가진 하우스인가요?” 등등. 대체로 질문은 어느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투자사냐 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의 대답은 늘 같다. “‘초기’ 스타트업입니다.”

 

내가 금융투자업을 시작한 1999년에는 경영학과, MBA 코스의 학력이 투자자 대부분의 학력 빌드업이었고, VC 업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다 VC업계는 2000년 코스닥 버블 때 대거 IT업계 인력들의 투자업 진출이 진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빨리 특정 분야 전문 인력들이 진출했다. 그 범위도 IT에서 바이오 등으로 확장되었다.

 

금융투자업 역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이러한 VC 업계의 흐름을 따라가게 되면서 2008년 리먼 금융위기 이후 해당 전문 분야 투자자들이 벤처투자심사역과 증권업계애널리스트로 움직이는 것이 흔한 일이 되었다. 해당 분야 학력과 현업에서의 직장 경력으로 무장한 투자심사역의 활발한 VC 업계 진출은 특정 분야의 Deal에서 강점을 갖고 싶어 하는 회사들과 매칭되었고, 그러한 성격의 펀드들도 많이 등장하며 성공도 거두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러한 특정 이공계 분야(개발자, 바이오 등)의 학력을 갖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은 나를 포함한, 여전히 이공계가 아닌 VC 심사역들이 더 많거나 비슷하게 업계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면 그러한 심사역들은 해당 분야의 학력과 경력이 없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서, 어떻게 투자 대상 회사에 관련한 그 폭넓고 깊은 지식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극 초기부터 스타트업에 투자해오면서, ‘비자발적인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예를 들어보자. 필자는 운 좋게, ‘고피자’와 ‘WeCook’과 같은 F&B 산업에서 혁신성 있는 접근을 시도했고, 아직까지 잘 시장을 헤쳐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초기 투자자로서 합류할 수 있었다.

 

해당 스타트업에 투자를 결정할 때 오히려 해당 산업에 대한 단순한 지식만을 공부하는데 그쳤다면 투자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곳 모두 창업자들에 대한 신뢰로 투자를 결정했고, 그 창업자들은 해당 영역의 개척자로, 계속 시장을 혁신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해왔다.

 

필자와 같은 초기 투자자는 창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그들이 스타트업에 쏟아내는 의사결정들을 보고 배우면서 ‘비자발적으로’ 전문가가 되어 간다. 해당 스타트업이 계속 성장해 나갈수록, 즉 더 전진해 나갈수록 그 지식과 노하우의 깊이와 넓이는 확장된다. 조금 더 지나 그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를 계속 받게 되면, 그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자들이 어느 회사들인지를 시장에서 보게 되고, 유사한 업종의 스타트업들의 딜 소개를 받게 된다. F&B 관련 스타트업들에 대한 소개가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을 처음 할 때에는 잘 몰랐지만, 몇 차례 비슷한 경험을 겪으면서, 이러한 비자발적 전문가 되기 트랙(?)을 이해하게 되었다. 결국, 스타트업은 해당 분야를 혁신하거나, 아예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비즈니스이기에, 계속 전진해 나간다면 그것 자체가 해당 분야에서는 새로운 산지식이자 값을 매길 수 없는 값비싼 경험들이 된다. 초기 투자자들은 옆에서 계속 그 험난한 여정을 적극적으로 도우며 같이 배우게 되고, 그래서 매일 매일 비자발적인 전문가가 되어 간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이러한 ‘비자발적인 전문가 트랙’을 타는 것은 필자와 같은 초기 투자자의 꿈일 것이다. 그것은 투자한 모든 스타트업들은 아닐지라도, 모든 분야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1개씩은 가지고 있는 초기 투자자라는 의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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