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지금 우리에게 온 역전의 기회
남훈의 ‘패션과 컬처’

발행 2020년 07월 17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위에서부터) 케링 그룹, LVMH, 리치몬트 그룹 로고

 

 

팬데믹으로 인한 매출 감소나 주가 하락이 당면한 숙제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는 패션과 화장품 산업에서 M&A가 중요해질 것이다. 2011년 불가리에 이어 2019년 티파니까지 인수했던 LVMH 사례는 대단히 큰 규모의 비즈니스이자 앞으로 업계에서 나타날 일을 말해주는 어떤 사인 같았다.

 

실제 티파니 인수가 알려지자 휴고 보스, 버버리, 멀버리 등 거대 기업에 속해 있지 않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브랜드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LVMH의 라이벌인 케링 그룹은 몽클레어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다른 럭셔리 거인 리치몬트 그룹은 이탈리아 보석 브랜드 부첼라티를 인수했다. 그러나 M&A는 이런 거대 브랜드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코로나가 가져온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인해 전 세계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겪을 어려움을 생각한다면 M&A 시장은 지금보다 한층 뜨거워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우리가 언제나 선진국으로 생각해 왔던 프랑스, ​​이탈리아 및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들도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화되면서 여행이 줄어들고 지역 소비도 약해져서 경제가 위축되는 것이다. 럭셔리를 먹여 살린다고 하던 중국 시장의 성장률 둔화도 중요한 변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럭셔리 브랜드들의 매출은 이제 무조건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몽클레르 2020 가을/겨울 여성 컬렉션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상상한다면 코로나에 대응하는 백신이 개발되어 팬데믹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진정되고, 다시 사람들이 쇼핑과 여행을 재개하는 경우다. 그렇다고 해도 시간은 걸릴 것이며 그동안 많은 브랜드들이 고통을 견뎌야 한다. 좀 더 부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백신 개발의 예측이 어렵거나 경기 침체가 악화되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두 시나리오 모두 소규모이거나 위기에 대응할 체력이 약한 브랜드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특히 이탈리아는 구찌, 프라다,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 글로벌 규모의 파워 브랜드들도 많지만, 작지만 오랜 전통을 가진 소규모 브랜드와 개인 매장들이 전국에 걸쳐 대단히 촘촘하게 존재한다.

 

2-3대에 걸쳐 이어지는 패밀리 비즈니스, 한 가지 품목에 집중하는 장인 정신, 전통적인 제작 방식, 맞춤복의 전통을 지키는 브랜드들은 그동안 패션 산업의 발전을 조용히 지탱해 온 중요한 자산이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 이후 가업을 굳이 이어받지 않으려는 2-3세대들이 늘어났다. 리넨 재킷을 정갈하게 차려 입는 아버지와 달리 스트리트 웨어에 스니커즈를 신는 아들들을 이탈리아에서도 자주 본다. 더불어 팬데믹이 가져온 급격한 환경 변화가 소규모 브랜드나 매장의 비즈니스를 가차 없이 공격하면서 안타깝게도 전통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러 브랜드들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중국과 뉴욕의 투자 회사들은 이 흐름을 감지하면서 M&A 대상이 될 만한 이탈리아 브랜드들을 찾고 있다. 그동안 주로 IT 업계에 투자해온 자본들이 이제는 패션이라는 카테고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LVMH나 케링 그룹이 다룰 만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아니라 강소 브랜드를 찾는 점이 특징이다. 너무 큰 규모의 브랜드들은 성장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의 대상으로는 매력이 적다고 보는 것이다.

 

나는 한국 기업이나 자본들이 유럽으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헤리티지를 가진, 핵심 인력이 있는, 적절한 매니지먼트와 마케팅으로 성장의 가능성을 가진 유럽산 브랜드를 우리가 인수하면 좋겠다. 이는 투자한 기업에게도 그리고 한국 패션 시장을 위해서도 대단히 중요한 기회이자 자산이 될 것이다.

 

괜찮은 여러 브랜드들을 묶어서 시너지를 내는 하우스를 만들 수도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브랜드 네임을 구입한 다음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도모할 수도 있다. 패션 산업의 출발은 늦었지만, M&A는 우리에게 역전의 기회다.

 

남훈 알란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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