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 4.0
이재경 변호사의 패션 법 이야기

발행 2020년 05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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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변호사 <br/>(한국패션산업협회 법률자문위원)

이재경 변호사

(한국패션산업협회 법률자문위원)

 

이제 패션쇼는 더 이상 판매를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패션쇼는 플랫폼이다. 패피들이 만나서 생각을 공유하는 장이다. 상호작용을 통하여 연대의식을 구축하면서 때로는 가르치고 때로는 배우는 기회가 된다.

 

화려한 조명, 더 화려한 모델들, 멋드러진 캣워크, 더 멋드러진 의상들, 온갖 매력과 마력이 뿜뿜 폭발하는 런웨이 무대와 셀럽, 패피들까지 패션쇼는 산업의 결정체다.


디지털 시대 오프라인 패션쇼의 존재 가치는 이미 많은 의문을 던져준 바 있었다. 쇼가 끝나기도 전에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패션쇼 영상이 오르는 상황이 반복하자, 패션쇼는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가 패션쇼의 역할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과거 패션쇼는 패션인들의 거의 유일한 소통의 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즌마다 디자이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창구였다. 1년에 두 번, 무려 한 달 간 뉴욕, 런던과 밀라노, 그리고 파리까지, 패피들은 길고도 긴 여정을 거치며 열정과 사명을 새겼다. 패션쇼에서 선보이는 옷 중 1/3쯤은 실제 만들어지지 않지만, 패션쇼는 분명 존재론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패션의 숨소리를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패션쇼는 그 처음과 끝이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패션쇼 온라인 생중계

 

인스타그램 초창기 패션쇼의 캣워크는 카피캣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였다. 패션쇼 영상이 생생히 전달되는 순간, 그들은 곧바로 디자인 베끼기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패션쇼에 등장한 유명 브랜드의 의상이 정식 출시되기도 전에 동대문이나 사이공스퀘어 같은 짝퉁 천국에 버젓이 재빠르게 등장한다. 베끼기 관행은 테크놀로지를 등에 업고 더 지독해졌다. 그래서 일부 브랜드들은 한동안 패션쇼를 꺼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패션쇼는 문화를 보여주고, 엔터테인먼트의 카테고리로 진입하는 통로가 된다. 패션쇼에 들어가는 돈만 따질 일이 아니다. 엄청난 하우스가 아니더라도 패션쇼를 열어야 온라인에서 소문이 나 미디어를 타고, 자기의 커리어를 만들 수 있다. 패션쇼는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는 장이자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이제 패션쇼는 더 이상 판매를 위한 수단만이 아니다. 패션쇼는 플랫폼이다. 패피들이 만나서 생각을 공유하는 장이다. 상호작용을 통하여 연대의식을 구축하면서 때로는 가르치고 때로는 배우는 기회가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트렌드를 형성하고, 디자인 표절에 대한 시각 차이도 좁힐 수 있다. 지식재산권 침해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는 패션쇼가 반대로,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공유하고 침해의 가능성을 좁히는 기회가 되는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패션쇼들이 갑자기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많은 패션쇼가 온라인으로 열리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쇼가 2월말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것을 비롯해 샤넬도 파리 패션위크에서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온라인 패션쇼를 선보였다. 중국 상하이 패션위크는 이미 모든 행사를 디지털로 진행하면서, 티몰과 협업해 150여 브랜드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25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쇼를 시청했다.

 

몇몇 패션 인싸들의 전유물이었던 패션쇼가 이제는 대중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코로나 위기를 맞아, 역설적으로 온라인 패션쇼는 패션의 평등화와 공동체 의식을 실현하고 있다. 온라인 시청을 통해 누구든지 프론트 1열에 앉는 느낌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표절디자인을 찾아낼 수 있는 패션폴리스들을 자발적으로 대량 창출한 효과는 또 하나의 덤이다. 많은 이들에게 노출된 패션디자인이라면 대놓고 베끼기도 어렵고, 금세 네티즌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표절 음악이 더 많이 적발되어 저절로 퇴출되는 모습과 비슷하다.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코로나 이후 패션쇼의 존재론적 가치다. 바이어들의 수요를 고려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상생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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