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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기] 아웃도어의 개념이 변하고 있다

발행 2019년 12월 02일

어패럴뉴스 , webmaster@apparelnews.co.kr

김홍기의 패션 인문학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 패션 큐레이터

 

스낵 컬쳐 문화는 아웃도어 시장에도 흘러들었다.

내 주변만 해도 단축 마라톤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험한 등반을 포기하고, 포장된 길은 아니지만 뛰기 편하게 다져진 길, 즉 트레일(Trail)을 뛰는 이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늘었다.

‘멋진 삶은 브랜드가 된다’는 명제는 라이프스타일 사업의 핵심 철학이다. 우리는 매일 입고, 먹고, 즐기고, 사랑하며, 쉬고, 놀고, 자기를 계발하며 산다. 결국 이 모든 것의 종착점에는 엇비슷한 ‘평균적’ 인간으로 남지 않겠다는, 고유한 ‘나’의 아름다움을 찾아 ‘나’라는 존재의 서사를 써보겠다는 인간의 노력이 담겨있다. 각종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는 이런 갈망을 도울 뿐이다.


나는 인간이 자신의 고유한 갈망을 채우기 위해 어떤 브랜드를 선택하는가에 관심이 많다. 특정 브랜드를 선택한다는 것은 여러 요인들이 얽혀있다. 이걸 밝혀보겠다며 많은 이들이 다양한 기법을 발명한다.


그 중의 하나가 최근 인문/사회학, 마케팅 연구자들이 쓰는 오피니언 마이닝(Opinion Mining)이다. 이것은 웹 사이트와 소셜 미디어에 나타난 구매 후기와 같은 여론과 의견을 분석해 유용한 정보로 재가공하는 기술이다. 무엇보다 네티즌의 감성과 의견을 통계수치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용자들의 생각과 표현의 파편 덩어리에서 일정한 생각의 패턴과 법칙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건 꽤 큰 매력이다. 필자도 아웃도어 시장의 변화하는 역학을 이해하기 위해 이 오피니언 마이닝의 알고리즘을 꽤 오랫동안 공부했다.


이번 글을 시작으로 3회에 걸쳐 이 오피니언 마이닝의 알고리즘으로 알게 된 ‘변모하는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싣는다.


우리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취향을 읽기 위해 당대 문화지형을 읽는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자칭 패션 트렌드 예측기관들이 내놓는 분석은 시즌 별로 가장 뜨는 뜨거운 단어를 선별하는 데만 열을 올린 탓에, 과거의 예측이 ‘현재까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잘 보지 않는다. 기껏해야 작년에 예측했던 키워드에 대한 반성 정도가 전부다.


한 마디로 트렌드를 이야기하면서도 그 유행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지, 반짝 뜨고 사라졌는지, 혹은 초기에는 미약한 경향이었다가 지금은 다른 분야까지 흘러가서 큰 맥락을 만들고 있는지 등과 같은 ‘긴 호흡’의 트렌드 연구를 잘 하지 않는다.


2014년이었지 싶다. 이때 많은 트렌드 예측기관은 스낵 컬쳐(Snack Culture)란 단어를 이야기했다. 즉, 출퇴근 시간이나 휴식기간 등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간식처럼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의 발흥을 이야기했다. 모바일 기기로 보는 영화와 웹툰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네이버의 웹툰 광고를 보다가 기함을 했다. 웹툰 서비스가 얼마나 돈을 많이 벌기에 국내에서 가장 몸값이 높다는 배우들만 뽑아서 옴니버스 광고를 만들었나 싶었다.


이런 스낵 컬쳐 문화는 아웃도어 시장에도 흘러들었다. 내 주변만 해도 단축 마라톤 같은 경험을 하는 이들이, 험한 등반을 포기하고, 포장된 길은 아니지만 뛰기 편하게 다져진 길, 즉 트레일(Trail)을 뛰는 이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늘었다.


야외에서의 외박 대신 잠깐 캠핑 문화를 향유하는 ‘하루 캠핑’이 번지고 있다. 사람들은 뭔가 길게 하는 걸 힘들어하지만 한편으론 짧은 시간 동안 효과적으로 압축된 경험을 하는 걸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압축적인 체험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계속 자신을 계측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측정(Quantify Me)하며 타인보다 우월한 나(Superior Me)를 만들어 가려는 세대의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애플와치의 광고를 본 이들은 이해가 갈 것이다. ‘시간도 알려줍니다. 시계니까요’라고 했지만 실제론 시간을 공지하는 것 외의 다른 기능들이 더 많다.


애플와치의 기능들은 하나같이 나의 경험을 측정하고 특정 시간에 밀도 있는 운동을 하게끔 밀어붙이고 이를 제2의 습관으로 만들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세대의 갈망이 전통적인 아웃도어의 개념을 허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문화적 변형 속에는 앞으로 우리의 패션이 어떻게 변할까에 대한 씨앗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세대들이 찾는 패션의 핫 아이템은 무엇일까. 내가 보기엔 스포츠 슈즈 시장이 될 것 같다. 최근 이러한 급속한 변모를 잘 읽고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가 하나 있다. 호카오네오네(Hoka One One)라는 기능성 트레일러 슈즈를 만드는 브랜드다. 최근 급신장을 거듭하고 있는 이 브랜드의 장점과 전략을 다음 글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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