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 국산 SPA의 성공, 소재 개발과 생산 혁신에 달려있다

발행 2019년 10월 29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최낙삼 좋은상품연구소 소장

 

7월부터 시작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3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국내 각 산업분야에 변화의 계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국산 SPA(국내 제조유통일괄형)브랜드들에게도 뜻밖의 찬스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했다.


뜻밖의 기회는 매출로 이어졌다. 국내 업체들이 유니클로가 주춤한 사이 파격적인 할인과 애국 마케팅으로 얻어낸 결과다. 문제는 상품력이다. 3개월 동안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단기적으로 유니클로와의 격차를 줄이는 소정의 효과는 봤지만 지속적인 매출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개별 브랜드들만의 차별화된 것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것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절호의 기회가 왔음에도 이를 터닝 포인트로 삼을만한 철학과 기술력, 기획력이 부재한 탓에 국내 브랜드들은 전과 비슷하거나 여전히 베낀 듯한 의류만을 쏟아내며 아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K-패션, K-뷰티, 심지어 K-텍스(Tex), K-라벨(Label)까지 얘기가 나오는 요즘의 분위기에 국내 SPA기업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궁극의 경쟁력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2010년 7월 일본 최대의 의류메이커인 유니클로와 일본 최대의 종합섬유소재 기업인 도레이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불릴만한 기업 간의 제휴를 발표한 일이 있었다. ‘전략적 파트너십 제2기 5개년 기획’으로 명명된 이 기획은 2006년부터 체결된 양 사 간 제휴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도레이는 유니클로에서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원재료의 수급부터 완성품 입고까지를 담당하고, 유니클로는 이렇게 입고된 상품을 판매하는 초대형 규모의 제휴였다.


양사가 기업의 지속가능을 공동의 목표로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패션산업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섬유소재공학과 생산, 패션기획과 마케팅의 괘를 맞춘 것이다.


양사의 협력은 유니클로에게는 진보된 기술과 독점적인 소재와 최적화된 생산의 이점을, 도레이에는 완제품 공급을 통한 부가가치 최대화의 이점을 가능하게 했다. 10년에 걸친 상생협력 모델로 대성공을 거둔 이들은 2016~2020년에는 1조 엔 규모의 거래계약을 맺었고 서로 다른 패션기업과 소재기업이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이고 있다.


협력의 결과는 놀랍다. 벤더를 없앤 유통의 혁신으로 7단계의 유통구조는 2단계로 줄어 ‘가격파괴’를 이뤄냈다. 그동안 출시된 발열 속옷 ‘히트텍’과 냉감 속옷 ‘에어리즘’은 전 세계에서 10억 벌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유니클로를 단숨에 세계 3위의 패션회사로 등극하게 했다. 이어 출시된 초경량 패딩인 ‘울트라 라이트 다운’과 감탄팬츠라고 불리는 칸도팬츠도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되었다.


그 뿐 아니다. 2020년 봄·여름 출시예정인 ‘DRY-EX’라인은 속건 기능의 소재로 재활용한 페트병에서 추출한 폴리에스테르 섬유를 사용한 것이며, 같은 해 가을·겨울 시즌에 출시를 예고하고 있는 다운 제품은 고객들의 입지 않는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기증받아 도레이가 개발한 자동화 분리 시스템을 통해 다운을 추출한 후 이를 재사용하는 리사이클 방식의 친환경 제품이다.


이들은 차별화된 소재와 컨셉을 기반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관통하며 뛰어난 품질과 기능성을 갖춘 옷을 만드는 브랜드에서 더 나아가 소재의 재생과 자원의 순환까지 생각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손꼽히며 수혜를 입은 우리나라의 SPA기업들에게서는 아쉽게도 소재에 관한 특허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내부적으로 소재부분에 대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인된 것은 미미하다. 내부적으로 개발이 어렵다면 이들처럼 제휴나 협력을 통해 공동개발이나 특허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수시장과 단기적인 성과에만 집중된 관심으로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소재개발과 생산효율화에 대한 투자를 해야 가능한 얘기다. 이제는 글로벌 마켓에서 리딩을 하고 있는 브랜드들과 맞설 수 있는 우리 브랜드를 키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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