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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조은혜기자
정체성과 효율 사이, 바잉 상품이 갖는 딜레마

발행 2018년 05월 03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기자의 창 - 조은혜기자

 

정체성과 효율 사이, 바잉 상품이 갖는 딜레마

 

최근 모 브랜드 업체로부터 기사에 들어간 제품의 제품명만 남기고 품번은 삭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디자인실에서 노출을 꺼려하니 양해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알고 보니 바잉(buying) 제품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잘 팔리는 아이템이 바잉 제품이라는 것을 들키기 싫었던 것이다. 품번으로 포털검색을 하면 상품 이미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원가는 계속 상승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들로 선 기획 재고부담이 커지면서, 패션업체들은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스팟과 리오더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연차가 쌓이면서 상당한 비중으로 확대됐다.


그 중에서도 근접기획을 통한 자체상품을 내놓겠다는 취지의 스팟은 실상 중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유행 스타일로 부상한 아이템의 바잉이 주가 되어가고 있다. 그때그때 인기 있는 스타일을 투입하는 것이니 잘 팔리는 아이템 중 바잉 제품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해프닝도 벌어지는 것 같다.


‘리오더, 스팟의 비중 확대와 속도에 집중한다.’


연 두 차례 춘하·추동 물량동향을 다룰 때도, 일상 취재현장에서도 자주 듣는 전략이 반응생산을 ‘더’ 늘리겠다는 얘기다. 십중팔구는 이렇게 답해, 선 기획과 초두물량을 넉넉하게 두는 곳이 이상해 보일 정도다.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게 강한 것’이라는 말처럼 브랜드가 힘든 시기를 잘 타고 넘어가며 버텨야 다음을 계획할 수 있으니, 바잉을 겸해 리스크를 줄이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비중이 자꾸만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신장도 하고 수익도 느는 단기성 대책은 될 수 있어도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브랜드의 색깔을 잃어가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몰락 뉴스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패스트푸드 업계는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


국내에 많은 점포를 거느리며 절대 망할 일이 없을 것 같던 패스트푸드 업계가 몰락한 패인은 자신들만의 특별함을 갖지 못한 것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햄버거, 피자 등의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수요가 수제 버거, 수제 피자로 몰리고 있다. 그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그 곳만의 상품이 있어서다.


우리 브랜드만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 시그니처 아이템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에 게을러지면 패스트푸드와 끝이 다르지 않을 수 없다.


당장 패션업계만 봐도 그렇다. 바잉으로 전개되는 영 스트리트의 열기가 3년을 넘지 못했고, 매해 몇 개 브랜드씩 중단이 이어지고 신규를 보기도 어렵다.


바잉 비중 확대가 넥스트를 막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인재 육성이다. 디자인, 기획, 생산에 밝은 젊은 인재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것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디자인실의 막내들만 봐도 노하우를 쌓기가 쉬운 환경이 아니다. 바잉해서 판매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제조 경험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어린 디자이너들이 더 빠르고 감각 있게 트렌디한 상품들을 뽑아오기 때문에 이들에게 해당 업무가 배정돼 디자인보다는 ‘고르는’ 능력이 커지고 있다.


자체기획과 바잉의 현명한 밸런스 유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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