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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호 부회장

시부야 거리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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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시부야 거리를 둘러본다. 30년 전에 전성기를 누리던 세이부백화점 거리를 걷다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백화점 입문 30년이 되는 필자에게 세이부 거리는 다양한 유통업 역사가 압축된 곳으로 투영된다. 이곳에서 많은 일본 관계자를 만나 창의적 발상을 나누었고, 제휴를 통해 국내 유통업에 기여한 경험이 있다.

세이부백화점을 지나 약간의 언덕을 오르면서 LOFT, 패션전문대점 SEED, 그리고 Parco A, B, C 건물이 줄지어 서있던 그 거리는 일본 젊은 소비의 성지였다.

세월은 흘러 상권의 개척자였던 츠츠미세이지(堤淸二)의 세이부백화점이 추락하면서 거리도 변했다.

당시 세이부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세이유, 패밀리마트, LOFT, Parco 등 다양한 업태를 주도하는 그룹이었으나, 백화점과 LOFT는 세븐일레븐에, 세이유는 월마트에, 패밀리마트는 이토추에, Parco는 J 프론트 (다이마루)에 매각되었다.

이렇다 보니 거리의 통일된 컨셉은 무너지고, 각자 도생의 시대를 걷게 되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건물과, 그곳에서 핫한 정보를 발신하던 브랜드도 사라졌다. SEED 대신에 세이유의 PB로 등장해 대박을 터뜨리며, 본체보다 더 커진 ‘무인양품’이 자리를 대체하며 그나마 세이부 DNA를 발신하고 있다.

파르코는 A, B, C 세 개 건물 모두 재개발을 했다. 그 부지 일부는 새 시대를 리드할 다른 시각의 업태가 등장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Koe’가 2018년 2월에 호텔과 패션잡화, 뮤직 컨셉의 점포를 오픈하였다.

또 다른 부지는 J 프론트가 최근에 시행했던 ‘긴자 6’와 ‘우에노 프론티어’ 방식을 채용해 임대 최적화된 복합상업시설을 2020년에 오픈할 예정이다.

J 프론트의 야마모토 료이치(山本良一) 사장은 작금의 일본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이다.

작년에 이세탄 사장에서 물러난 오니시 히로시(大西洋)가 최근 20년간 영업에서 가장 걸출한 인물이었던데 반해, 야마모토는 업무효율을 극대화 시킨 혁신의 아이콘이다.

긴자 마츠자카야를 페쇄하고 ‘긴자6’로 재개발 오픈한 것과 마츠자카야 우에노점을 2017년 11월에 복합상업시설로 새롭게 오픈한 것은 백화점의 쇠퇴를 자산개발 관점에서 재구성한 그의 치적이다.

같은 관점에서 파르코 부지가 2020년에 글로벌 쇼핑센터로 새롭게 오픈하면, 세이부 거리의 주연은 단연 이 건물이 될 것이다.

이 거리뿐만 아니라, 이미 일본 백화점의 판도가 다이마루로 이동하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백화점 쇠락시대에도 다이마루는 승자로서 시장을 리드하는 반면, 시대를 주름잡던 세이부는 자신이 만든 상권에서 마저 뒷방 취급을 받게 되었다. 동키호테와 니토리가 2017년 말에 시부야 한 복판에 대형점포를 개설한 것도 시대의 변화를 설명한다.

세이부의 퇴장은 야마모토 같은 혁신맨, 오니시 같은 영업맨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시스템 혁신 없이 그냥 그런 샐러리맨만 양산하면서 세븐일레븐에 편입되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백화점의 쇠락을 대체할 혁신적 인재가 부재한 까닭이다. 시부야 거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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