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 장창식

도전하는 브랜드만이 기억에 남는다

호빵들의 변신이 예사롭지 않다. 수 십 년 간 변하지 않던 호빵이 올해 캐릭터 호빵의 등장으로 호빵업계를 평정했다. 편의점 CU에서 판매하는 ‘하이큐 호빵’ 2종이 3주 동안 약 40만 개가 팔렸고, 지난 11월 출시한 세븐일레븐의 피카추 호빵은 13만 개가 완판됐다. GS 25의 미니언즈 캐릭터 호빵도 최근 한 달 여 동안 60만 개 가까이 팔렸다고 하니 가히 호빵의 전성시대라고 할만하다. 다양한 디저트 제품에 밀려 사라질 뻔한 국민겨울간식 호빵의 변화와 도전이 새로운 호빵 전성시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
1960년 여름 매리퀀트가 미니스커트를 처음 선보였을 때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는 미풍양속을 해친다고 항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미니스커트는 영국은 물론 전세계를 미니스커트의 열풍에 휩쓸리게 만들었다. 국내에 처음 선보였을 때는 심지어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찢어진 청바지가 처음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자유롭게 입고 다니는 평범한 옷들이 되었다. 이젠 어떤 옷을 걸치고 나와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만치 개인의 취향에 대해 존중 할 줄 아는 선진국형 문화가 형성이 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국내 패션업계는 갈수록 도전을 꺼려하며 안전한 장사(?)만 하려는 풍토가 자리 잡는 듯하여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다른 브랜드에서 히트 치는 상품이 나오기만 기다렸다가 재빨리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 낸다. 어떻게 보면 제품개발비도 안 들고 손쉬운 방법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브랜드 입장에서는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것이다. 오죽하면 올겨울 유행하는 롱패딩 행렬을 빚 대어 ‘전국에 까만 김밥들이 서서 돌아다닌다’고 개그 소재로 까지 활용을 할까.
패션에서 개성이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문화 선진국이라고 말하기 힘들어진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 없이 업계를 선도하기란 정말 힘들다. 134회 도루를 시도해서 96회 즉 70%의 성공률을 기록한 타이콥 선수를 많은 야구팬들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53회를 시도해서 52회 즉 96%를 성공한 맥스 코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안전한 장사를 하면 실패는 덜 하겠지만 언젠가는 고객의 기억 속에 쓸쓸히 사라지는 브랜드가 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누구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도하고 도전하는 브랜드만이 소비자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게 되고 브랜드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성을 버린다는 것은 브랜드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뒝벌(bumblebee)은 공기역학과 물리학 이론에 의하면 날 수 없는 존재라고 한다. 큰 덩치에 비하여 날개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그런데 뒝벌은 난다. 조건으로는 날지 못하지만 날아야 하기 때문에 난다. 반면에 닭은 날지 못한다. 닭은 생물학적으로 날지 못하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닭은 조건으로는 충분히 날 수 있다. 그런데 날지 못한다. 닭은 날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땅에 있는 먹이에 만족하며 살기 때문에 나는 능력을 포기한 것이다. 2017년을 되돌아보면서 땅에 있는 먹이에 안주하기보다 날아야 할 이유에 집중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조건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 2018년 새해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여 패션 문화 한류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길 기대한다.

/대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