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2017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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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여성복의 제안 기능 상실 심각한 수준
백화점 여성복 층에 봄부터 꽃무늬가 쫙 깔리더니 가을은 체크가 점령했고, 겨울에 들어서면서는 발목까지 오는 롱 코트와 벤치파카 등의 다운 아우터들이 전면을 차지했다. 그렇지 않은 브랜드는 극히 일부뿐이다.
대부분이 잘 팔리고 있는 것을 쫓아가며 출시한다. 나 역시 그런 브랜드 중 한 곳의 일원이지만,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하여간 우리나라는 뭐 하나 잘되면 너도나도 다 한다”며 한숨짓게 된다. 매 시즌 그렇게 쳇바퀴를 돈다.
사실 다 같이 하는 것은 나눠먹기밖에 되지 않는 것을 잘 안다. 특히 올 가을 유행한 체크재킷은 한두 번 사면 더 사기 어려운 아이템. 당장 매출 올리기에 급급한 입장에서는 팔리는 걸 팔아야하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하게 된다.
틈새를 공략해보자며 남들이 안하는 것도 시도해 봤다. 못 되면 재고부담을 떠안고, 잘되면 금세 타 브랜드가 내놓기 때문에 결국 힘만 빼고 또 나눠먹게 되는 결과가 부지기수다.
최근 모 브랜드도 특종 아우터를 차별화된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밀었는데, 반응이 좋으니 경쟁 브랜드 중 한 곳이 너무 똑같이 베껴 나오는 통에 소송을 거론하며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그동안의 관행을 반복하기에는 이제 한계가 코앞에 온 것 같다. 백화점 브랜드들이 이런 식으로 제안기능을 상실하는 동안 다른 채널이 그 역할을 차지하고, 많은 소비자들을 흡수해버렸기 때문이다.
체크를 좋아해서 산다기보다 너도나도 체크만 내놓으니 체크를 살 수밖에 없는 소비자가 분명히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하지 않고, 쫓아가기보다는 받는 가격만큼 제안기능도 충실히 하는 노력, 서둘러야 한다.
/독자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