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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패션 성공의 원동력 ‘젊은 창작자 육성’
伊·佛·英 기업 주도에서 국가 전략 산업으로

발행 2017년 02월 03일

임경량기자 , lkr@apparelnews.co.kr

유럽 패션 성공의 원동력 ‘젊은 창작자 육성’

伊·佛·英 기업 주도에서 국가 전략 산업으로
국내는 ‘관 주도’에 고착 … 발굴 이후 지원책 부족


 
 

“(사업)준비 기간에 (자금 마련을 위해) 일을 닥치는 대로 다 해도 부족하니까 대출도 받았다. 해외 패션 박람회에도 가봤지만 생각만큼 큰 성과는 없었다”
SNS를 통해 황재근 디자이너가 밝힌 이야기다. 그는 이에 앞서 케이블 방송을 통해 남성복 브랜드 사업을 하며 빚만 지게 된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황재근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대다수가 비슷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명문 파슨스에는 한 해 한국 유학생의 수가 전체의 30%에 달한다. 치열한 경쟁률과 까다로운 입학 과정을 거친 국내 학생들이 매년 최고 패션 명문을 졸업해 사회로 나서지만, 아예 데뷔조차 못 하거나 데뷔를 해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시절이 지속되고 있다.
한 해에 수십 명에 달하는 신예 디자이너가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고 유명 하이엔드 브랜드의 크리에티브 디렉터로 발탁되는 이슈는 이제 프랑스와 이태리에서 흔한 일이다. 말 그대로 세대교체의 시대다.
최경민 이탈리아 대사관 상무관은 “실력 있는 유학파 출신의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국내서 쉽게 자리 잡지 못하는 이유는 문화적 토양이 유럽처럼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伊·佛, 기업·금융 연간 지원만 수백억

패션산업이 발달한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주요 국가 수입원 중 패션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이탈리아는 섬유와 의류를 합쳐 연 520억 유로(64조 원)를 상회하고 있으며 유럽 패션 시장의 25%를 차지한다.
이탈리아는 섬유·의류뿐만 아니라 전자, 건축, 가구, 주방용품, 귀금속·액세서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진 디자이너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다.
지난 2012년부터 밀라노 의상조합은 자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기금을 설립해 지원하고 있다. 밀라노 의상조합과 금융권, 패션기업들로부터 나온 연간 3천만 유로(370억 원)를 조건에 따라 투자받을 수 있다.
최경민 상무관은 “이태리가 최근 자국 신진 디자이너 육성 사업을 시작한 것은 역사와 전통의 산업을 시대 상황에 맞게 펼치기 위한 균형 잡힌 정책에 따른 것이다. 장인을 존중하고 키우는 전통적인 풍토는 그대로 유지하고, 젊은 인재를 발굴해 글로벌 디자이너로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차원의 지원”이라고 말했다.
디자이너 육성 정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지원, 그리고 그러한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업계 전반의 공감대다.
일례로 이탈리아 패션 3대 거장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잔니 베르사체, 잔 프랑코페레는 의학, 건축학 등을 전공하다 늦깎이로 패션계에 데뷔했다.
국가가 패션을 기간산업으로 정하고 고급 인력 양성에 주력한 결과가 바로 이들인 셈이다.
프랑스 패션 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1,500억 유로(약 187조 원)에 달한다. 항공우주산업과 자동차산업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프랑스 패션협회에 따르면 파리에서 매년 열리는 6주간의 패션 행사는 103억 유로(약 12조원)의 가치를 창출한다. 해외 참관객들의 방문으로 호텔, 레스토랑, 택시 등 서비스 산업이 벌어 들이는 12억 유로(약 1조4995억 원)의 수입은 덤이다. 때문에 이들 국가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국내에 비해 리스크가 적고, 그만큼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

英, 디자이너 발굴 넘어 사업 후원

물론 훌륭한 문화적 토양에서 자란다고 해도 모든 디자이너가 훌륭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진입이 쉬운 만큼 미숙한 아마추어들도 적지 않다.
영국은 이러한 문제 인식을 가지고 신진 디자이너 육성 사업을 추진한 국가 중 하나다. 신진 디자이너 육성 사업은 지난 1983년 영국 패션협회(British Fashion Council) 설립과 동시에 시작됐고 지금은 국가 전략산업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런던 컬렉션’ 참가 외에 다양한 사업 단계에 있는 디자이너들의 사업을 돕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디자인 전공 대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원 및 패션 업체와 네트워크 형성을 돕는 컬리지 의회(Colleges Council), 남성복 및 여성복 부문의 재능 있는 신진 디자이너의 사업을 지원하는 뉴젠(NEWGEN), 뉴젠 맨(NEWGEN MEN), 디자이너 남성복 펀드, 디자이너 패션 펀드 등 다양하다.
협회 산하 자선 단체로, BFC 패션신탁기금(Fashion Trust), BFC 프린세스 오브 웨일즈 공익 신탁(BFC Princess of Wales Charitable Trust) 등도 있다. 그중 디자이너 패션 펀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버버리, 헤롯 백화점, 폴 스미스, 탑샵 등이 후원사다.
이 펀드의 목적은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영국 디자이너들의 사업적 성장과 글로벌 브랜드로의 도약을 돕는 것이다. 대표적인 수상자는 에르뎀, 크리스토퍼 케인, 조나단 썬더, 니콜라스 커크우드, 피터 필로또 등이다.
영국의 신진 디자이너 육성 사업은 엄격하게 영국에서 사업하는 디자이너에게만 지원이 이루어지지만, 영국인에 한정하지는 않는다.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전문가 집단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정부와 협력하는 진흥 기관이 지원을 지속적으로 벌인다.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만 그치는 국내와 달리 향후 이들의 사업 진흥까지 꾸준히 관리 후원한다는 데 차이점이 있다.




국내 신진 디자이너 육성 공감대 확산

정부 포함 총 159억 원 예산 편성
신진 디자이너 해외 진출 집중 지원

국내 역시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대한 공감대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로, 정부와 서울시 그리고 경기도와 양주시의 젊은 창작자 지원을 들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는 2016년부터 내년까지 총 3년에 걸쳐 진행 중인 ‘유망 디자이너 발굴 및 육성 지원 사업’에 42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내년 총 126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패션협회가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와 한국의류산업협회를 참여기관에 선정, 디자이너 성장 단계별 지원을 펼친다.
대표적인 사업이 ‘대한민국패션대전’과 ‘인디브랜드페어’다.
그 중 ‘인디브랜드페어’는 지난해부터 연 2회 개최로 사업을 확대해 신진 디자이너의 판로 개척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남용 산자부 사무관은 “국내 봉제 산업 육성사업을 합치면 신진 디자이너 지원 예산은 더 증가한다”고 말했다.
또 산자부는 올해 3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해 생활용품 프리미엄화를 추진하는 한편, 2021년까지 2000억 원을 들여 고부가가치 소재·제품 개발을 지원, 프리미엄급 패션·의류 브랜드를 육성한다. 이에 따라 디자이너 지원 사업에 대한 예산은 늘어 날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47억 원의 예산을 들여 뉴욕패션위크 연계 컨셉코리아 개최와 패션문화마켓(패션 코드) 사업을 지원했던 한국콘텐츠진흥원(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도 올해 디자이너 육성 사업 예산을 확대 편성했다.
총 7개 지원 사업에 67억3천8백만 원의 예산을 확보한 가운데 신진 디자이너 전시 및 패션 수주 등을 펼치는 ‘패션코드(Fashion KODE)’에 17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특히 올해는 신진디자이너 해외 진출 사업에 더 집중한다. 새로운 사업으로는 뉴욕을 거점으로 한 ‘한류 융복합 쇼케이스 운영 사업’으로 예산 20억 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총 48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던 서울시는 올해 ‘디자이너 육성 및 지원’ 사업 예산이 다소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서울 패션위크를 포함 총 5개 사업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김수연 서울시 디자인재단 팀장은 “올해도 신진 디자이너와 글로벌 역량을 갖춘 디자이너 브랜드의 해외 진출 지원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양주시가 각각 1억 원의 예산을 투자한 경기패션창작스튜디오는 올해 국내외 전시회 지원 및 교육, 법률, 세무, 노무 등과 같은 창업 지원에 힘을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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