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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미래 … 이제 ‘콘텐츠’ 전쟁이다
유통 이슈에 매몰된 15년 상품 경쟁력은 뒷전

발행 2017년 01월 02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젊은 창작자들이 뿌리 내리지 못하는 시장에 미래는 없다.
국내 패션 유통 시장은 유럽, 미주 등지에 비해 훨씬 척박한 환경임이 분명하다.
개인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돌파해 나가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유통 구조가 그렇고, 산업 지형이 그렇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정부나 지자체의 디자이너 발굴 차원의 지원에 머물러서는 속도가 나지 않는다. 세계 어느 곳을 봐도 정부가 자금을 출현해 패션 산업을 지원하는 곳은 국내뿐이다. 유럽은 대부분 기업과 금융이 나서서 디자이너를 키운다. 해외 시장이 국내 젊은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를 주목하기 시작한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국내 패션이 세계무대의 주인공이 될 기회는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앞서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 세대의 책임감이든, 업의 발전을 추구하는 사명감이든, 혹은 젊은 창작자가 곧 우리의 자산이라는 믿음이든 명분은 중요치 않다. 젊은 창작자가 곧 업계의 미래라는 공감대, 패션 유통 업계는 이제 그곳으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유통 이슈에 매몰된 15년 상품 경쟁력은 뒷전
국내 신진·스트리트 패션 해외서 먼저 주목
젊은 창작자는 업계의 미래 … 패션·유통 업계 지원·협업 나서야

돌이켜보면 2000년대 이후 국내 패션 시장은 유통 이슈에 매몰된 채 흘러왔다.
캐주얼화로 촉발된 중저가 시장은 여성복, 남성복 등으로 확산되며 가두점의 수적 경쟁을 불러 일으켰고, 백화점에 이어 대형마트,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 대형 유통의 분화가 이어졌다. 아이폰이 등장한 2007년 이후 급성장하기 시작한 온라인 유통은 현재까지 팽창을 지속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서울패션위크 10년이면 글로벌 브랜드가 하나쯤은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의 이야기가 뼈아픈 이유는 우리가 지난 15년 동안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기성 디자이너의 지루한 하우스 쇼를 반복해 온 서울패션위크는 이제 해외가 주목하는 젊은 디자이너들을 홍보하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 가고 있다.
제도권이 유통 이슈에 매몰된 채 외양에만 매달리는 사이 ‘콘텐츠’는 힘이 빠졌다.
한동안 흥행수표처럼 여겨지던 편집숍, 라이프스타일숍에 대한 장밋빛 비전들이 여전히 공허한 이유는 그 곳에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없기 때문이다. 내용물이 부실한 유통이 지속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편집숍과 라이프스타일숍은 기존 제도권 업체들이 다뤄오지 않은 상품을, 다른 방식으로 채우고 표현해야 한다. 콘텐츠를 개발하고 조달하는 노하우가 축적되기까지는 당연히 시행착오가 따른다. 그러한 과정이 없이 겉모양 흉내 내기에 그친다면 사업은 또 다시 진퇴를 반복할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 빅3가 장악한 유통을 제외한 플랫폼이 지금처럼 다양하게 발전한 적은 이전에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어떤 플랫폼이 와도, 본질은 ‘콘텐츠’에 있다. 이 사실은 시대가 바뀌고 유통 방식이 바뀌어도 언제까지나 유효하다.
아무리 멋진 플랫폼이 있다 해도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은 무용지물이다. 매우 매력적인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면, 어떤 플랫폼에서라도 날아오를 수 있는 시절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와 상품의 양이 많아질수록, 그것을 구분해 내는 기술은 거듭 발전한다. 소비자들은 진짜 ‘콘텐츠’에 목말라하며, 진짜의 출현에 열광한다.
“돈이 없던 사업 초기, 제품 하나하나에 더 많은 정성을 쏟았고, 확신이 있는 제품만 출시했다. 지금까지도 되뇌이는 다짐은 0.1mm에 민감한 브랜드를 만들자는 것이다.”
온라인 인기 데님 ‘피스워커’를 성공시킨 김정민 대표의 이야기는 큰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자본이 없어 오히려 더 본질에 집중했다는 그의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자본과 규모 싸움에 매달려 온 제도권의 민낯을 비춘다. 결국 새로운 시장은 준비된 이에게는 또 다른 성공의 기회를, 준비되지 않은 이에게는 커다란 실패를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이나 스트리트 브랜드를 저가, 시장 물건이라 취급해 온 제도권의 상당수는 이제 소비자에게 그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한섬과 같이 상품과 브랜드의 힘으로 굳건한 기업이 여전히 존재하고 신진 디자이너나 온라인, 스트리트 브랜드와 손잡고 콘텐츠를 개발하는 유의미한 사례들도 늘고 있다.
콘텐츠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만이 해 낼 수 있는 일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패션이 다시금 젊은 창작자들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플랫폼이 아니라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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