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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窓 - 브랜드는 없고 아이템만 있는 이런 패션에 미래는 없다

발행 2019년 04월 30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최근 만난 한 임원에게 메고 있는 가방이 ‘이카트리나뉴욕’이냐고 묻자, 홈쇼핑에서 구매한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인데 그 브랜드로 많이들 오해를 한다고 했다.


폐플라스틱 제품으로 유명세를 탄 ‘플리츠마마’는 자신들에게 입점 권유를 했던 온라인 플랫폼이 카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난해 알게 됐다. 지금은 여성복 층 대부분 매장에서 ‘플리츠마마’ 모방 상품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패션 유통의 거의 모든 채널이 브랜드 실종 시대에 진입했다. 온라인 플랫폼,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조차 모방 상품을 부끄러움 없이 팔고 있다.


하지만 과거 카피 논쟁과는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 아이템 중심으로 시장이 변화한 것이다.


아이템 플레이 경향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글로벌 기업에서 10년을 넘게 몸담은 바잉 MD는 ‘엠디가 필요 없는 세상’이라고 쓴 소리를 한다. 과거 판매 데이터만 가지고 바잉하는 현실을 비꼰 것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예산을 실험적이거나 도전하는 데 쓰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유력 패션 기업 중 이미 상당수는 생산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디자이너의 작업지시서를 소싱 공장에 제작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CEO도 있다. 물론 디자이너 모르게 말이다. CEO의 목숨을 연명할 수 있는 건 브랜드의 연속성 보다 이익률 관리에 포커싱 돼 있다.


해외 직진출 기업과 명품 업계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마켓을 RT로만 핸들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패션 기업들이 디스트리뷰터를 두지 않고 지사체제로 바꾼 것도 이런 연유다. 이유는 단순하다. 다양한 상품이나 로컬 라인을 개발하기보다 본사에서 물량이 많은 상품을 배분하고자 한 것이다. 개발 상품을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SPA의 아이템 플레이 전략도 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유니클로’의 히트텍, 후리스, 에어리즘 등 아이템 마케팅의 승리다. 패션업체들이 수년전부터 아이템 마케팅, 대표 상품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SNS 파생 브랜드도 한 몫 한다. 이들 대부분이 광저우, 우이시, 동대문, 남대문 등 국내외 일대를 떠돌며 사들인 상품을 포장해서 팔고 있다. 심지어 동대문 상인들과 모의해(?) 해당 상품을 SNS에 올리고 커미션을 취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종합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어떤가. 검색어, 키워드 전쟁이 아이템 플레이 현상에 불을 지폈다. 그간 어그부츠, 어글리슈즈, 패딩점퍼, 평창패딩 등이 그러하다. 업계는 이런 키워드에 하나라도 자사 제품을 노출 되게 하려고 포도알처럼 뭔가 엮기에 여념이 없다.


창의성의 끝단에 있는 패션업계가 창조적이지 않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현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불필요하다고 대놓고 말하는 업계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자만이 아닐 것이다.


마켓을 리드하는 초격차, 혁신 브랜드는 거시적인 안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디자인의 본질적인 기능이 사라진 세상, 파워 아이템으로 세일즈 하는 세상, 결국 이 시점이 되면 모두가 장기 레이스를 할 수 없게 된다.


아디다스의 스탠스미스, 휠라의 디스트럽터, 파인드카푸어의 핑고백 등을 보고 뒷심을 발휘 할 수 있을까 의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의 DNA는 강력한 창의성에 뿌리를 둔 연속성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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