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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 뭉친 ‘일본의 품격’ 전략 - 무너진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다

발행 2018년 09월 19일

임경량기자 , lkr@apparelnews.co.kr

불황을 겪은 일본이 모든 산업분야를 망라해 통일된 정부 주도 정책을 구사하면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한 때 ‘메이드 인 재팬’ 이라는 자부심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일본의 제조업.

그러나 1990년대 이후 20여 년간 장기불황의 늪에 빠지면서 일본 경제의 자존심이었던 주요 대기업들이 무너지고, 99만 여개의 중소기업이 사라졌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국가 매력과 브랜드 파워를 높이고 이를 활용해 국부를 창출하려는 전략이 제조업을 포함해 문화, 패션 등 다양한 곳에서 성과를 내면서 다시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 바로 ‘메이드 인 재팬’ 전략이다.
여기에 노령화와 인구 감소 등을 고민한 일본은 로봇과 AI(인공지능)같은 기술을 도입해 ‘일본의 매력’이라는 정책의 가치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90년대 까지 세계 제조업 분야에서 인정받던 ‘일본의 매력’, 그 국가 브랜드 이미지가 패션을 포함한 모든 산업계로 확대되고 있다.

 

탈(脫)국가 시대, 日 독자성 전면에 부각


[어패럴뉴스 임경량 기자] 이 같은 정책 수립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정부 보고서는 향후 부가가치의 평가 기준이 ‘가격에서 질(質)의 시대’를 거쳐 ‘질에서 품격으로의 시대’로 이행할 것을 예상했다.


문화와 감성 등 일본 고유의 자산을 토대로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세계에 발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역 장벽과 제조, 문화, 언어 소통 등 탈(脫)국가의 시대로 전향될 때 일본은 오히려 일본만의 독자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주목할 것은 ‘품격’이라는 문화적 패러다임이다. 품격이란 원래 기존 경제논리나 수치로는 풀어낼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이것을 산업 현장에 끌어와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했다.


원래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 뜻하는 일본 제품의 강점은 고품질이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후발주자가 급속한 기술력 향상으로 따라오자 품질 우위만으로는 이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일본은 세계 시장에 ‘모노츠쿠리(장인정신)’을 강조한 차원이 다른 품질과 뛰어난 디자인 등 ‘일본의 매력’을 얹혀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시도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5년부터 일본 내 모든 산업 분야가 ‘2020’이라는 숫자에 맞춰 움직여 왔다는 사실이다. 2020은 도쿄 하계 올림픽 개최 시기다.

 

샤프, ‘메이드 인 재팬’ 전략 선봉에
제조산지 마케팅 ‘카메야마’ 열풍 조성


일본 산업계에서 ‘메이드 인 재팬’ 전략의 가장 선두에 섰던 기업은 전자회사 샤프다.


소니 등 전자 산업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터라, 정부의 도움도 따랐지만 실질적으로 샤프가 펼친 마케팅 역할이 컸다.


그 노력이 전 산업계로 확산되면서 ‘메이드 인 재팬’이라는 정부와 민간 기업의 통일된 정책에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다.


샤프는 제조거점이 일본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하자, 생산지 자체를 브랜드로 어필하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자국 산에 대한 집착이 강한 일본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샤프는 액정 TV에 ‘세계의 카메야마’라는 표기를 넣어 생산지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전개했다.


이후 일본에서는 이렇게 생산지를 브랜드로 해 ‘메이드 인 재팬’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카메야마 작전’이라 비유해 부르고 있다.


이후 미쓰비시전기, 후지쓰 등이 ‘메이드 인 재팬’을 강조한 제품을 속속 시장에 내놨고 대만산 저가 PC의 공세를 받고 있는 PC 업계에 역시 제자리를 찾는 계기가 됐다.

패션 업계는 ‘데상트’ 선두, 글로벌화 시도
‘패션은 문화 산업’ 1,660개 社 JFIC 결성

 

일본 패션산업계 역시 내수 시장이 연 13조 엔에서 10조 엔으로 쪼그라들자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깨달았다.


이세이 미야케 등 세계적 디자이너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초조함도 배어있었다.


반대로 자신감도 있었다. 유니클로와 같은 SPA가 이미 세계에 이름을 알렸고 도레이와 같은 최첨단 섬유 업체가 국제적 지위를 획득한 상황이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쿨 재팬 기금의 적극적인 활용과 일본 패션위원회(JFIC)의 활동이다.


쿨 재팬 기금은 정부 300억 엔, 민간부문(백화점 등 15개 민간 기업)이 75억 엔을 출연, 모두 375억 엔이 확보됐다. 기금 조성의 목표는 전 세계 주요도시에 일본을 주제로 한 의류, 액세서리 패션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음식점도 포함됐다.


JFIC(일본 패션산업 위원회)는 정부 정책에 맞춰 패션 민간 기업 1,660곳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발족시킨 단체다. 경제 활성화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서였다.


그 첫 번째 사업 목표는 ‘메이드 인 재팬’을 패션산업계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다. 자국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과 브랜드에서는 더욱 치밀하게 움직였다.


대표적으로 일본 스포츠 의류 데상트가 선두로 나섰다. 데상트는 이때부터 고급 다운 재킷에 공장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했다.


지금도 이와테현 오우슈시의 미즈사와 공장의 이름을 넣으며 ‘메이드 인 재팬’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늘려가고 있다.


미즈사와 공장은 원래 소방복, 항공기 조정사복 등 난이도 높은 의류를 제조하는 고급 다운재킷 생산처다.


데상트의 ‘미즈사와 다운재킷’은 그동안 미즈사와 공장이 축척한 기술을 활용한 것이다.


기술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이를 표현하기 어려웠는데, 메이드 인 재팬 전략으로 기술 수준을 어필할 수 있게 됐고 글로벌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밖에도 자국 내 패션 기업들이 앞 다퉈 ‘메이드 인 재팬’을 내건 직물과 상품 개발을 시작했다. 패션 디자이너는 자국산 직물만을 사용해 해외 컬렉션 무대에 나섰고, 전통 의복 등을 컬렉션에 구성하거나, 일본의 상징물을 곳곳에 녹여냈다.


빔즈와 유나이티드애로우즈 등 현지 유명 셀렉숍은 일본을 대표하는 다양한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수년째 소개하면서 해외 소비자들에게 ‘일본의 매력’을 어필하는 발신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일본으로 다시 유턴하는 해외 공장들
비싼 임금에도 경쟁력 유지 환경 조성


동시에 제조 기업들은 해외 공장을 자국으로 이동시키며 보조를 맞췄다. 일본으로 돌아오는 기업이 늘면서 ‘제조업 공동화’ 우려는 옛말이 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해외법인이 일본에 제품을 출하하는 ‘역수입’ 매출은 2000년대 들어 매년 5% 씩 감소해 왔다. 올 2분기는 전년 동기간 대비 13%나 감소했다. 일본 내 생산이 늘었다는 뜻이다.


그 배경은 다양하지만 무엇보다 일본 내수 여건이 더 호전되면서 임금이 비싸더라도 경쟁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 올 초 중국에서 자국으로 공장을 모두 이전한 시계 전문 기업 카시오는 “모든 공장의 품질은 비슷할 수 있어도 해외 바이어들은 ‘메이드 인 재팬’ 상품이 더 좋다는 인식이 있다”고 유턴의 배경을 밝혔다.


정부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기업이 불안을 느끼지 않고 본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3년 37%였던 법인세 실효세율을 꾸준히 내려 올해부터 2020년까지 29.7%를 적용키로 했다.


지역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삼던 ‘공장재배치촉진법’을 없애 수도권 공장 진입 규제를 전면 철폐하기도 했다. 아베 정부는 대도시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국가전략특구제도를 도입했다.


핵심 기술력을 유지하고, ‘메이드 인 재팬’의 품질을 지키는 데는 일본 내 공장을 계속 운영하는 것 만한 대책이 없다는 공감대가 국가와 산업계에 퍼진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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