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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비정상의 정상화에는 고통이 따른다

발행 2017년 12월 04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최근 패션 업계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홍석진 슈퍼홀릭 사장을 만났다. 그는 미국에서 전자기기 회사를 매각하고 한국에 돌아 온 이후 투자 사업에 집중해 왔다.


홍 사장은 한국의 패션 기업 중 상당수가 그 규모에 상관없이 세금을 안내거나 덜 내거나, 임금을 덜 주거나 하는 부분을 자랑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이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이 이야기를 들은 기자 역시 홍 사장의 ‘이해 불가’라는 표현이 얼른 이해 되지 않았다. 그만큼 상식처럼 통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 불안은 오랜 기간 당연한 일처럼 자리 잡았다. 업종의 특성을 감안해 스스로 합리화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중간관리 매니저의 근로자 인정, 유통 3법의 전속고발권 폐지, 대리점표준계약서 마련, 프랜차이즈법, 유통법 강화 등 예민한 사안들이 줄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홍 사장의 발언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 역시 작은 회사를 꾸리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미국 공장 직원의 임금을 12시까지는 시간당 15달러, 이후는 야근 수당으로 20달러를 지급했는데 박스 패킹 직원의 연봉이 1억 원을 넘긴 적도 있다고 했다.


매년 세무 조사가 들어 왔지만 마땅히 받아야 한다고 여겼고 한국에서도 역시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투자했던 회사들 중 스스로 자진 신고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반면 국내 패션 기업들은 세무 법인, 노무 법인을 통해 ‘덜 내고 덜 주는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중대형사부터 개인 인플루언서, 블로거 조차 매출 신고를 피하고 편법을 쓴다.


홍 사장은 투자 목적으로 만난 기업이나 디자이너가 이면통장을 통해 세금을 덜 냈다며 모험담처럼 늘어놓는 이야기에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고도 했다.


노무 문제로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지급 명령을 받은 패션 업체들이 실은 한 두 곳 이 아니다.

물론 이런 문제들이 패션 업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성장 중심에서 개인의 삶과 복지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옮겨지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도 있다. 산업 팽창기에 패션 업계 역시 과도하게 압축 성장을 해 왔고 비정상적인 유통 구조는 그대로 자리를 굳혔다. 외형 성장 주도의 부작용들이다.


정부의 정책 역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노선이 바뀌며 일관성을 상실했다. 시시때때로 들이닥치는 세무 회계 감사는 업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유통 규제 정책도 오락가락하며 쇼잉에 머물러 온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실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비정상이 일상이 되어 더 큰 쇼크가 오기 전에 정상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의 발생하는 과도기적 충격들은 사실 모두가 어느 만큼씩은 감당해야 한다. 상식처럼 굳어져 버린 관행을 바꾸는 일은 어디라도 쉽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럴 필요성이 클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제도가 바뀌면 사람들의 생각도 비로소 서서히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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