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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창 - K-패션, 앞으로의 5년이 100년을 좌우한다면

발행 2017년 06월 05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일본보다 30년은 뒤처져 있다.”


지난달 정구호 서울패션위크 총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얘기를 나누던 중 나온 이야기다. 관이 주도해 디자이너의 발굴, 육성에 나선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꼬집은 것이다.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했으면 세계에서 인정받는 글로벌 디자이너가 열 명 이상 나왔어야 하지만, 일본이 이미 30년 전 이룬 것을 여전히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사실 관이 주도하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련 예산이 적지 않지만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어 각각의 예산이 부족하고, 프로그램의 실행에 한계가 있다. 대부분 보여주기 식에 그치고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지원이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꾸준히 새로운 지원 사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지만 단발성에 그치며 우리끼리의 집안잔치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다.


공무원들과 실무 경험이 없는 교수진들이 주가 되어 상당수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것도 문제다. 실무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한숨만 나오는 사례들이 적잖다.


오랜 시간 흩어져 운영돼온 예산을 한데 모아 하나의 프로젝트라도 제대로 일관되게 끌어왔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다. 그랬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패션의 인지도가 지금과 같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관이 주도하는 상황 속에서는 각 부처와 기관들이 디자이너의 발전보다 누구의 이름을 먼저 세우느냐로 싸우는 데 급급해 하모니를 이루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려면 관이 아닌 전문 패션인이 주체가 되고, 기업이 적극 참여해서 협치 하며 좋은 정책들을 마련해야 한다.


이럴 때 특히 중요한 것이 주류로 자리 잡은 선배들의 역할이다. 실력이 있어도 개인의 능력만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세대교체의 기로에 선 국내 패션계에서 더 늦기 전에 후배들에게 많은 기회를 열어주고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15년 정구호 총감독이 서울패션위크를 맡은 직후 주류 디자이너보다는 신진을 육성하겠다고 나섰을 때 적잖이 시끄러웠다. 2년을 지나오면서도 그런 소음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신·구 간 충돌이 계속되는 것은 문제다.


우리를 비롯한 언론들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명 해외 패션위크에는 많은 비중을 할애하면서 정작 서울패션위크에는 무심했다. 유명 디자이너는 다루면서 국내 신진들에 대해서는 해외 패션지보다도 소홀했다. 홍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신진들에게 좋은 지붕이 돼 주지 못했다.


제대로 된 부모 밑에서 아이가 잘 성장하듯 패션업계도 제대로 된 어른들이 필요하다. 세계의 관심이 국내에 와 있는 지금 더더욱 그렇다.


기회는 길어야 5년, 중국에 관심이 넘어가기 전에 모두가 손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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