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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맥앤로건’ 강민조·강나영 부부 디자이너
“오너 디자이너 굴레 벗으니 비로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발행 2016년 09월 06일

이채연기자 , lcy@apparelnews.co.kr

원숙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강민조, 강나영 디자이너의 ‘맥앤로건’은 런칭 8년차, 이제 막 인디브랜드에서 벗어났다. 5년버티면 숨은 쉰다는 디자이너 브랜드, 그들은 2013 F/W 이후 벌써 6시즌의 컬렉션을 선보였고, 프리미엄 ‘맥앤로건 프리베’, 세컨 ‘매건’, 데님 컬렉션 ‘블루 매건’으로 라인을 확장했다.


프랑스 패션명문 파리의상조합을 졸업한 꾸뛰르 디자이너들 입장에서, 아이돌 한류와 함께 성장하는 대한민국의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은 너무나 캐주얼해 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내수 기반 다지기에 좀 더 집중하면서는 매출이 제법 잘나오는 백화점 장기 단독 팝업스토어 5개 가량을 운영 중이다.


동대문 쇼핑몰 두타에 있는 단독점 외에 곧 신사동, 청담동에 직영점을 연다. 토털 패션하우스를 목표로 2013년 국내 대표 조향사 정미순 씨와 선보인 향수는 온라인 판매량이 매 해 더블 신장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버전의 여성복 ‘맥앤로건’은 연간 200~300억 원의 판매고를 올린다고 한다.


처음 ‘맥앤로건’이 세상에 알려진 건 2008년. 런칭 후 일주일 만에 지상파 3사 시상식에 28벌, 다음해 부산국제영화제에 17벌의 드레스를 레드카펫에 올리면서다. 일반 대중에게는 디자이너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도 유명해졌다.


실력, 거기에 유명세까지 얻으며 탄탄대로를 걸어 온 듯 보이는 이들에게 이 땅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 물었다. 그 답은 다른 디자이너와 다를 바 없었다. 바로 유통과 홍보, 경영의 문제라고 했다.


강민조 디자이너는 “본격적으로 백화점 영업을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재고와 유통 비용은 역시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일단 판매가 일어나면 수수료 지불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백화점이 인정하는 적정재고, 인테리어비와 판매사원 인건비 감당이 힘들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매니아 소비자 중심의 편집숍이나 온라인 채널보다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홍보의 기회를 갖고 현금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팝업스토어부터 시작했다. 실제로 주변의 동료, 선후배 디자이너들도 빅3 백화점 팝업스토어가 물꼬를 터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처음 4년 동안 맞춤옷만 하며 체형 연구에 몰두했고 고객들도 입는 사람에 대한 연구가 깊은 옷을 알아봐줬다. 하지만 물량과 매장을 늘리려면 새로운 소비자가 필요한 법이다. 지금의 대세는 누가 보아도 엔터테이너적 감수성이 풍부한 디자이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십분 활용해 자신의 감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동시에 훌륭한 PPL이 되어줄 유명 연예인과의 친분은 필수다.


듀오 디자이너인 덕분에 그동안 숫기가 없는 강나영 디자이너 대신 강민조 디자이너가 대외활동을 해왔지만 그들은 이런 환경이 조금씩 거북해지고 있다.


강나영 디자이너는 “능숙한 프레젠테이션은 굉장한 강점이지만 그것은 비즈니스일 때 발휘되어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콘텐츠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지 못하고 외모나 화술, 친화력으로 신인 디자이너의 재능을 평가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2~3년차 디자이너를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디자인실의 허리가 강화되지 못하는 현실도 짚었다. 열정페이 문제가 불거진 후 인턴 고용이 힘드니 경력이 짧은 디자이너 수요가 급증한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좀 달라졌는지 물었다.


강나영 디자이너는 “사건 이후 디자이너 브랜드 업계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이제까지의 무지를 핑계 삼지 않고 기준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본다”고 말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프랑스 식 인턴제 도입. 프랑스에서의 인턴십은 무급이지만 학교와 교수의 확실한 관리(추천서가 필요하다)가 수반되고 정식 취업 시 인턴십을 분명한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 때문에 학생실습이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은 없다.


그들은 무엇보다 경영자와 디자이너의 역할 분리를 이야기하고 싶어 했다.


‘내 회사’라는 욕심으로 이뤄지는 회사 대물림이 경영과 디자인 양쪽 다를 채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실감한 때문이다. 그들은 어떻게 답을 찾으려 할까.


우선 ‘오너 디자이너’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실마리를 풀어가기로 했다.


1월에 영업과 마케팅을 책임져 줄 CEO를 영입했고 조직 세팅을 새로 했다. 강민조, 강나영 대표 디자이너 외에 알토란같은 6명의 디자이너와 패턴사, 영업부, MD, 물류관리 등 20여명이 호흡을 맞추게 됐다. 또 사무공간과 쇼룸, 매장이 각각의 기능에 맞춰 독립적으로 움직이게끔 최근 서초동으로 이사도 했다.


강민조 디자이너는 “경영체계가 잡히니까 그 모든 것이 그렇게 수월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경영자와 디자이너가 바라보는 눈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급하지 않을 것’을 강조한다.


그는 “예를 들어 디렉터를 교체한다고 할 때 한 시즌은 망한다 생각하고 여지를 주어야 한다. 새로운 디렉터와 그의 조직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시장에 녹아들 시간을 주는 것이 맞다. 그렇게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질 때, 브랜드의 혁신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둘은 평생 패션과 함께 할 것이지만 평생 돈을 벌기 위해 옷을 만들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전문경영인이 시스템을 갖춰놓으면 그들의 철학과 가치를 이해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어 줄 디렉터가 바통을 이어나가도록 할 계획이다.


50세가 넘으면 강민조 디자이너는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유학을 떠나 건축을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에게 가업을 강요할 마음도 없다. 그저 옷을 짓는 부모의 환경에 익숙해져 본인의 달란트를 찾을 마음도 먹지 않을까 걱정이다. 강나영 디자이너는 50세를 넘기면 혼자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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