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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트렌트 레터(36)

2018년은 한국 패션 돌파구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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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패션기업 실태가 한국이란 나라의 위상에 비해 너무도 선진적이지 못하단 겁니다. 지금 새로 등장한 패션 브랜드들의 다수는 모두 ‘테크놀러지’에 기반한 브랜드들이에요. 즉 유통방식이 하이테크하거나, 마케팅이 하이테크하거나, 혹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테크 소재를 앞세우거나 하는 식이 최근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된 공식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소희입니다. 새해 들어 처음 인사드리네요.

이번 2018년은 패션계에 어떤 해로 기억될까요? 먼저 글로벌한 패션계의 표정부터 보자면, 2018년을 대하는 업계의 표정은 최근 들어 가장 밝은 편입니다. 미국과 유럽의 패션지에선, 2014년 말에 ‘2015년 패션 말망의 해’라는 기사를 저마다 실었고, 2016년 말에는 또 “2017은 오프라인 유통 붕괴의 해”란 기사로 업계를 긴장시켰죠.

그러나 그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업들이 갈 길을 찾았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이란 무서운 거인에 대한 대항력도 어느 정도 갖추게 되었구요.

2017년을 장식했던 오프라인의 붕괴도 새로운 방향으로 활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온라인 브랜드들이 서서히 오프라인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브랜드들도 더 작은 매장, 더 유연한 매장으로 새로운 매장 공식들을 세우기 시작했으니까요.

이에 비해 한국의 자화상은 어떤지 한번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주목할 만한 변화가 많았던 2017년이긴 했어요. 백화점에서도 새로운 형태의 테넌트를 실험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브랜드들은 스스로 유통이 되고자 온라인 편집숍들을 런칭하는 사례가 늘었고, 제3의 유통으로서의 온라인마켓(무신사, W컨셉) 등이 본격적인 메인 스트림 유통으로 발돋움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글로벌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었을까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실험 중에서도 우린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한 느낌이에요. 아직도 항간에는 ‘아마존이 들어오면 다 망한다’란 소리가 들리고, 해외의 다양한 테크놀러지 접목은 우리에겐 넘사벽이며, 당장의 이커머스 효율조차 개별 브랜드에선 내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2015년은 그다지 패션 붕괴의 해도 아니었고, 지난 2017년 또한 오프라인 유통의 붕괴라 할 만한 비참한 한해도 아니었어요. 지금 한국의 패션은 그런 드라마 대신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고나 할까요. 큰 위기가 없었던 만큼 큰 반전도 없는 느린 몰락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우리나라는 글로벌한 시장을 보지 않으면 미래엔 답이 없는 구조입니다. 일단 내수가 너무 작고, 그 좁은 내수로 끊임없이 글로벌 브랜드는 밀려들어오고 있거든요. 지금은 미·일·유럽 브랜드가 다수이지만 곧 중국 브랜드들이 역으로 한국에 들어올 날도 멀지 않았어요.

가장 큰 문제는 우리의 패션기업 실태가 한국이란 나라의 위상에 비해 너무도 선진적이지 못하단 겁니다. 지금 새로 등장한 패션 브랜드들의 다수는 모두 ‘테크놀러지’에 기반한 브랜드들이에요. 즉 유통방식이 하이테크하거나, 마케팅이 하이테크하거나, 혹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이테크 소재를 앞세우거나 하는 식이 최근 성공한 브랜드들의 공통된 공식입니다.

Everlane이나 Acronym같은 브랜드의 성공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언지 말해주는 좋은 사례죠.

우리의 경우 패션 브랜드들은 아직도 ‘스타일’ 싸움에 기반한 경우가 많아요. 슥 보기에 있어 보이는 브랜드라는 이미지에 집착한다고 할까요. 그런 이미지가 멋져보여서 무언가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하면, 더 들려줄 진지한 스토리란 없는 구조가 대부분이죠.

물론 스타일 싸움으로 탑 브랜드가 된 ‘supreme’이란 전설적 브랜드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 브랜드는 아주 오랫동안 고집스런 인디 브랜드의 길을 걸어온 덕에 오늘날의 마니아를 구축할 수 있었어요. 이건 스타일 자체에 진지한 스토리가 존재하는 경우에요. 진지한 스토리란 추상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모던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차갑지는 않은, 여성적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로맨틱하지는 않은’ 같은 식의 모호한 브랜드 컨셉을 말하는 대신, 이들은 분명하게 ‘우리는 보드 문화의 코어를 추구한다’라고 자신들의 지향점을 말할 수 있는 브랜드들입니다.

한국이 개도국이었던 시절, 우리는 눈치로 패션을 배워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기는 그런 눈치 밥으로 배운 실력으로는 누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없다고 우리에게 선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요.

우리가 핵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을까요? 무엇을 지향하는지 선명히 말하고, 자신의 지향점을 열렬히 추구하며, 이를 실제 성취하기 위해 필요한 테크놀러지들을 갖추어나갈 수 있을까요?

아마 2018년의 해답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 한해가 우리 스스로 돌파구를 찾는 한해가 된다면, 분명 2019년과 2020년은 더 멋진 시간이 될 테니까요.

함께 고민하는 1월이 됐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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