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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트렌트 레터(35)

외딴 트렌드의 섬,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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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적 표준을 지향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많은 가정들이 아마존의 알렉사 시스템에 익숙해가고 있는 요즘, 우리는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이제 막 팔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소희입니다.

혹시 ‘갈라파고스 증후군(Galapagos syndrome)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갈라파고스 증후군은 기술이나 서비스 등이 국제 표준에 맞추지 못하고 독자적인 형태로 발전하여 세계 시장으로부터 고립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남태평양의 섬 갈라파고스에서 고립된 동물들이 다른 대륙의 동물들과 다르게 진화하는 걸 보고 생겨난 말이죠.

한국의 갈라파고스 현상은 IT업계에선 이미 큰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많은 웹사이트들은 오로지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에서만 열리는 사이트들이 많죠. 크롬이나 아이폰에서는 잘 열리지 않는 사이트들은 웹사이트 표준을 어기고 익스플로러에만 통용되는 비표준 기술을 남용한 결과들이에요.

요즘 패션계를 보고 있으면 한국 패션계 또한 갈라파고스가 되어가는 건 아닐까 우려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특히 어떤 포럼이나 세미나에 참석해서 이런 저런 얘기나 질문이 오가는 걸 듣고 있을 때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지곤 하죠.

제가 만난 어떤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은 패션 바깥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더 트렌드를 몰랐습니다. 지금 어떤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는지, 지금 글로벌 패션기업들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전혀 모른 채, 그는 10년전이나 지금이나 그저 유명 패션쇼를 보며, 누구 디자인이 자기 감성과 맞네 어쩌네 하는 얘기에 몰입해 있더군요. 그 패션쇼 의상들이라는 것이 커머셜하게는 30%도 수주되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었습니다.

또 제가 만난 어떤 유통가 사람들은 여전히 일본 백화점 이야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일본이 가는 길을 보면 한국이 가는 길을 알 수 있다는 얘기를 되풀이하는 분들이었죠. 이들은 우리와는 다른 행보로 서구사회와 나란한 족적을 걷고 있는 중국이나, 해마다 IT혁신으로 리테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미국에 대해선 거의 아무것도 모르더군요. 지금 세상을 움직이는 변수는 기술혁신과 Z세대와 같은 차세대 소비자에 있다는 걸 어째서 이 분들은 모르는 걸까요.

그런가 하면 소위 관에 계시다고 하는 어떤 분들은 K팝이 대세이기 때문에 곧 K패션이 세계를 제패할 수 있다고 믿고 계시기도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바랄 게 없겠지만, 현재 그런 꿈이 현실화될 거란 근거는 사실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에요. 이런 분들은 미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본떠 만든 한국의 사업체에게 ‘기왕이면 한국에서 런칭하지 말고, 미국에서 런칭해 세계시장을 노리지 그랬냐’는 어이없는 질문도 서슴없이 던지시더군요. 아마 그 분은 굉장히 유명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그 이야기를 그 자리에서 처음 들으신 모양이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세계적 표준을 지향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많은 가정들이 아마존의 알렉사 시스템에 익숙해가고 있는 요즘, 우리는 훨씬 성능이 떨어지는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이제 막 팔리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해외의 많은 유통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에 아마존에 잠식되기 시작했으나 이제는 온오프를 막론하고 스스로 아마존에 대한 대항력을 어느 정도 갖춰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아마존이 한국에 들어올까 두려워하고 있는 상황, 타 국가들의 10년 전 상황에 놓여 있어요.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지식’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노하우들이 있고, 나름의 전략이 있겠지만, 과거의 것을 미래에 투영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인류는 지금 전에 겪어본 적 없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시대에 답습이나 과신, 확신 같은 것은 정말이지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선 결국 가격 싸움이잖아요” 라든가, “그래도 패션은 명품을 지향해야 되는 거 아닌가요”라든가, “지금은 무조건 온라인 해야지, 오프라인이 뭐가 됩니까?” 하는, 검증되지 않았으며, 팩트도 아닌 명제들에 확신들을 가지고 사업을 구상한다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에요.

혹시 내가 갈라파고스에 있는 건 아닐까, 라고 점검하는 자세가 중요한 시대입니다. 자칫 봐야할 기회를 놓치거나 피해야 할 리스크에 직면하지 않으려면 제로베이스에서 전략을 점검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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